By 손영아 [문화 칼럼니스트 / YASMA7 대표 / 소설 “The Memory of the Heart… Traces” 작가]“우리는 선구적인 건축가이자 소중한 협력자였던 프랭크 게리와 작별을 고하게 되어 깊은 슬픔을 느낍니다. 프랭크의 독창적이고 대담한 상상력은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과 잉글우드의 베크먼 YOLA 센터를 비롯해, LA 필하모닉과 함께한 무대 위의 혁신적인 협업들에 형태를 부여했습니다. 프랭크가 지닌 수많은 재능 가운데에는 인간 정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영감을 주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공간을 창조하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의 우정과, 그의 창의성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기회에 영원히 감사할 것입니다.”
프랭크 게리가 97세 생일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지난해 12월5일 샌타모니카에서 생을 마친 직후 LA 필하모닉은 홈페이지를 비롯한 모든 공식 채널에 추모 성명을 올렸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 그는 단순하게 ‘건물’을 디자인하지 않았다. 그는 평생 “공간은 어떻게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고, 공동체를 만들어내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고민해왔다. 그렇게 건축은 그에게 구조물이 아니라 경험이었고, 예술이었다.
게리는 기존의 직선적, 기능주의적 개념에서 벗어나 자연을 담은듯 조각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는 형태와 비정형적 곡선을 통해 건축물에 예술적 감성을 더했다. 그러나 그의 진짜 혁신은 형태 그 자체에 있지 않았다. 그는 늘 사람이 그 공간에서 어떻게 걷고, 머무르고, 서로를 인식하게 되는가 하는 교감과 소통에 중심을 두었다. 그는 겉으로만 아름다운 건축이 아니라, 마치 예술 작품 속으로 들어가 체험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을 창조했다. 그 과정에서 실용과 예술의 구분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의 철학이 도시 전체로 확장된 대표적 사례로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가 있다. 쇠락한 공업 도시였던 빌바오는 1997년 구겐하임 뮤지엄 빌바오의 개관과 함께 전혀 다른 도시가 되었다. 티타늄 곡면은 빛과 시간을 반사하며, 빌바오 중심을 가로지르는 네르비온 강의 흐름과 하나가 된다. 이 미술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의 리듬을 다시 쓰는 악보였고, 예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삶의 동선이 되었다.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은 강변을 걷고, 광장에 머물며, 자연스럽게 공연장과 문화 공간으로 이동했다. 시각 예술은 음악과 공연 예술로 이어졌고, 빌바오는 전시, 공연, 도시 생활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문화 도시로 재탄생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분명히 느낀다. 공간이 문화를 부를 수 있고, 음악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이러한 그의 건축적 사고는 LA의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한층 더 섬세한 공간 언어로 구현된다. 디즈니 콘서트홀은 음악을 듣는 ‘공간’이 아니라 합주하는 ‘악기’다. 연주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하나의 울림을 준비하고 전한다.
스테인레스 스틸 외벽의 곡선은 도시의 빛을 받아 리듬을 만들고, 내부의 따뜻한 목재는 소리를 감싸 안아 연주자와 청중 사이를 편안하게 한다. 음악은 더 이상 무대 위에서만 연주되지 않는다. 좌석에 앉아 있는 시간만이 음악이고, 무대 위만이 공연이 아니라, 건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하고 아름다운 소리와 모습을 창조하는 악기가 되었다.
특히 홀의 바깥 테라스 정원은 이 철학을 가장 분명하게 표현한다.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그곳에 서 있으면 콘서트홀은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풍경에 담는다. 공연 전의 설렘, 인터미션의 숨 고르기, 연주가 끝난 뒤의 여운마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음악은 귀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 몸의 움직임과 시선, 호흡으로 전해진다.
게리는 공연장을 닫힌 공간으로 만들지 않았다. 그는 도시와 사람을 향해 문을 열어 두었다. 하늘과 바람, LA의 빛이 음악의 일부가 되는 곳으로 공간을 디자인했다.
프랭크 게리의 진정한 재능은 파격적인 창의력이 아니라 우리 인간 정신에 대한 이해였다. 그는 공간이 사람을 위축시키기도, 해방시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건축에서 음악은 더 깊어지고, 공동체는 더 단단해진다.
그는 떠났으나 그가 남긴 미술관과 콘서트홀들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음악을 듣고, 서로를 만나고, 공동체가 되는 법을 배운다. 그가 설계한 공간 속에서 울리는 모든 멜로디, 음표 하나하나에 그의 철학과 상상력이 함께 공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