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과 자유무역협정 체결, 트럼프 고관세 여파 완화 위해 파트너 다변화
▶ 호주·베트남·아르헨티나·브라질 등과도 협상 중
트럼프대통령은 나토를 폄하하고 유럽을 적으로 묘사하면서 무역전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최근 트럼프와 EU가 무역협상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긴장이 완전 해소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유럽이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친구를 찾으려 하는 건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최근 유럽연합은 일본과 유럽산 와인, 치즈 등 물품에 대한 관세를 삭감하는 최대 규모의 무역협정을 맺었다. 자동차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관세를 줄여나가기로 합의했다.
이 협정은 전 세계 경제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 일부 기준을 적용할 경우 세계에서 가장 큰 자유무역지대를 의미한다. 유럽연합은 호주와 베트남, 중국 등과도 자유무역 협정을 맺었거나 추진 중이다.
일본과의 협정,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은 미국과의 냉랭한 관계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읽힌다. 최근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워싱턴으로부터의 관세부과에 맞서 자유무역 목소리를 높여왔으며 새로운 관계를 적극적으로 추구해 왔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얼마나 많은 무역장벽들을 제거하는가와 관계없이 한 가지 경제적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미국은 여전히 유럽대륙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라는 것이다. 자동차와 철강 등에 대한 트럼프의 관세부과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다. 독일 함부르크에 소재한 베렌버그 은행의 수석경제학자인 “미국은 하나의 거대 시장”이라며 “유렵연합의 조치들은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의 관계자들은 트럼프 당선으로 광범위한 무역협상이 일격을 당하자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을 적극 추진해 왔다. 대서양 양쪽의 협상가들은 지난 2013년부터 관세를 없애고 자동차와 제약 등 제품들에 대한 규제를 조절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협상은 오바마 행정부 가 끝나면서 진전이 없다가 2016년 말 무기한 연기됐다.
유럽은 그냥 있지 않았다. 다른 협정들은 추진한 것이다. 트럼프가 나프타를 폐지했을 때 유럽은 캐나다와의 자유무역협정을 마지막으로 손질하고 있었다. 이 협정은 지난해 말 발효됐다. 유럽은 또 현재의 지유무역협정을 업데이트하기로 멕시코와도 원칙적인 합의를 봤다. 베트남, 그리고 싱가포르와의 협정도 현재 막바지 단계이다.
이밖에 호주, 칠레,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튜니시아, 그리고 소위 ‘메르코수르 국가들’이라고 불리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과도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협상을 위해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하고 돌아온 유럽연합 무역담당 커미셔너 세실리아 말스트롬은 “대단히 바쁜 한 달이었다”고 말했다.
무역협정을 협상하는 데는 보통 수년이 걸린다. 대부분의 협상은 트럼프 당선 이전에 시작된 것들이다. 일본과의 협상은 2012년 시작됐다. 우럽연합은 현재 중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유럽연합 관계자들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우려에 어느 정도 동감을 나타낸다. 그래서 유럽은 중국에 의존하게 되는 걸 원치 않는다. 머지않아 유럽의 최대 무역파트너로서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말이다.
하지만 접근법은 다르다 미국은 관세부과로 중국을 미국을 복종시키려 한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중국에 투자하는 유럽기업들이 더 많은 지배권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현지 파트너들과 협력할 의무 없이 독자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 측 간에는 이견이 존재한다. 중국산 태양열 패널에 덤핑관세를 부과할 것인가를 놓고 유럽과 중국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해 협상에서 중국을 ‘시장경제’로 볼 것인가를 둘러싼 이견으로 양측은 공동성명 발표를 하지 못했다. 시장경제로 인정받으면 세계무역기구가 내리는 무역관련 판결에서 좀 더 유리해 진다.
중국에 이어 일본은 유럽의 두 번째 아시아 무역 파트너이다. 최근 아베 신조 일보총리와 유럽연합 도널드 터스크 의장이 서명한 무영협정은 매년 10억 유로, 즉 12억 달러의 관세를 없애준다. 2019년 협정이 발효되면 양 측의 교역량은 16~24% 정도 늘어날 것으로 유럽연합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고관세에 시달려온 지역 식품생산업자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도 상당한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터스크 의장은 이번 협정에 대해 “국제정치의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비친 것”이라며 “무슨 뜻인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세빌리아에서 작은 신방공장인 마살토스를 운영하는 안토니오 파군도에게 이번 협정은 아주 의미가 크다. 이번 협정으로 마살토스가 만들어 파는 신발에 일본 정부가 부과했던 50% 관세가 없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마살토스는 일본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파군도는 “우리는 일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업체는 지난 해 일본에서 500켤레를 팔았다. 소규모 회사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이다. 관세가 사라지면 판매는 두 배 이상 더 뛸 것으로 파군도는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에 근거해 마살토스는 직원을 3명가량 더 늘릴 계획이다. 많지 않아 보이지만 금융위기 이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경제로서는 소중한 고용증가가 아닐 수 없다. 파군도는 트럼프의 무역전쟁에 대해 “왜 그런 일을 벌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온라인으로 미국에도 제품을 팔고 있는 파군도는 “미국시장이 힘들어지게 되면 아시아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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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mes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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