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공급망 재편에 “폭주 말라”, “통화무기화 안돼” 달러 견제…“중·러 동맹 아니다” 우려 일축
▶ 서방, 반도체 등 전방위 제재에 시, 미 직접 거론…이례적 비난
‘전랑외교’의 상징인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공식 데뷔 무대에서 거친 발언을 쏟아내며 미국을 작심 비판했다. 선임 이후 발톱을 감춰왔으나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자리에서 미국의 패권주의를 정면 반박하며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미국의) 모든 형태의 패권과 냉전적 사고방식에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며 미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 달러 패권 강화 등을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한반도와 북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어 긴장감이 높아진 한중 관계나 공조 체제가 강화되는 한미일 구도를 견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친 부장은 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부임 이후 첫 연례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은 일방적인 제재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대(對)중국 견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제 정세와 관련된 중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마다 미국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며 중국이 미국에 맞서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친 부장은 “모든 국가는 자국의 길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중국은 독자적인 평화 정책을 추구하고 개방을 계속할 것이며, 세계 발전에 기여하고 국제 질서의 수호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정적인 미중 관계가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미국 측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잘못된 길을 따라 계속 폭주하면 아무리 많은 가드레일도 탈선해 전복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며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이어 “이런 경쟁은 양국 인민의 근본 이익, 나아가 인류의 앞날과 운명을 건 도박으로 중국은 당연히 이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 기자가 “러중 무역에서 달러나 유로화 사용을 포기할 수 있냐”고 묻자 “어떤 통화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다면 사용할 것”이라고 답해 달러 패권을 견제하는 속내를 내보였다. 친 부장은 “통화는 일방적 제재에 쓰이거나 괴롭히는 수단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주도로 달러화 결제를 차단하고 나선 것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동맹 체제 강화를 우려하는 국제 시각에 대해 “중러는 전략적 상호 신뢰와 우호적 공존의 길을 걸으며 새로운 국제 관계의 모델을 수립했다”고 강조했다. 친 부장은 “중국과 러시아를 (서방의) 냉전적 관점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며 “동맹도 아니고 대립도 아니며,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위협이 되지 않고 제3자의 간섭이나 도발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조되는 대만 무력 침공설에 대해 친 부장은 사전에 준비한 중국 헌법을 꺼내 들고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신성한 영토 중 일부”라고 강조했다. 대만 문제가 불거진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중국에는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지 말라고 요구하며 왜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장기간 팔고 있냐”며 “대만 독립에 반대하고 제지할 것을 분명히 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기간에 열리는 중국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은 중국 외교정책의 방향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친 부장은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던 2021년 7월 주미대사에 임명됐다가 지난해 말 외교부 수장에 올랐다. 그는 평소 미국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일삼아 외교 최고책임자로 임명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함께 전랑외교의 상징으로 꼽힌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미국을 직접 거론하고 비난해 관심을 끌었다. 이날 관영통신 신화사는 전날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미국 주도의 서방 국가들이 우리(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봉쇄·포위·탄압을 시행해 우리 경제에 전례 없이 심각한 도전을 안겨줬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전했다. 공개석상의 발언을 정제해 외부로 알려온 중국이 이 같은 비판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은 그만큼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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