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정부 시위 ‘최후의 보루’인 홍콩이공대(이하 이공대)가 닷새째 경찰에 포위되면서, 이 보루가 사실상 무너지고 있다. 캠퍼스에는 결사항전을 외치는 100명 미만의 시위대만이 남아있으며, 이들은 경찰 체포를 피해 탈출할 방법을 계속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4일 구의원 선거를 앞두고 캠퍼스 밖 시민들도 혹시라도 선거가 취소될까 과격 시위를 자제하면서 홍콩에서는 ‘폭풍전야’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주말 격렬한 충돌이 빚어진 이공대 캠퍼스는 다소 잠잠한 상태다. 이미 1,000명이 넘게 체포 등으로 이곳을 떠났으며, 남은 이들은 100명 이하로 전해진다. SCMP는 “일부는 경찰 명령에 불응해 계속 저항하고 있다”면서도 “시위대는 대규모로 탈출하려던 초반과 달리 이제 소규모로 움직인다”고 전했다.
SCMP는 이어 경찰의 ‘고사 작전’에 캠퍼스 내에서도 불신이 싹트고, 침체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위참여자 L은 “모두 우리 중 첩자가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고, 다른 참여자 E씨는 “다수가 전의를 상실했다”며 “경찰의 과격 체포를 피하기 위해 응급차를 부르는 방안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캠퍼스 내에는 식품이 바닥나고, 위생도 열악한 상태로 전해진다.
홍콩 당국은 캠퍼스 내 시위대에게 최고 10년형이 가능한 ‘폭동 혐의’를 적용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하는 한편, 투항하라며 회유하고 있다. 그러나 시위대 T는 SCMP에 “캠퍼스에 초강경 시위대가 40명 정도 있다. 일부는 12살 정도”라면서 “우리는 함께 떠나거나 함께 죽을 것이다. 항복할 바에 죽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홍콩 당국은 전날 이공대 내 미성년 시위 참가자도 전부 폭동 혐의로 체포하겠다고 밝혔다가, 여론의 비판에 이를 철회했다.
홍콩 도심도 이날은 대체로 평온한 분위기였다. 일부 지역에서 출근길 대중교통 방해 운동과 점심 평화시위가 열린 정도였다. 홍콩 당국이 폭력 시위를 이유로 구의원 선거를 연기 또는 취소할 것을 우려하는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과격 시위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전날 매슈 청 홍콩 정무사 사장(총리 격)은 “반달리즘, 폭력, 도로 봉쇄 등은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가는 것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그게 선거를 망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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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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