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현지 르포
▶ 대규모 시위 지속 여파, 관광·금융허브 ‘흔들’

7일 홍콩 카오룽반도 몽콕역 인근 중국은행이 가벽으로 폐쇄돼있다. 벽 위에는 시위대가‘공산당의 개에게 돈을 줄 수 없다’ 등의 욕설을 가득 써놨다. [강유빈 기자]
“벌써 수차례 채용 면접이 취소돼 백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7일 홍콩 카오룽 반도 몽콕 시내에서 만난 허(34)씨는 요즘 홍콩에서 신규 일자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 6월 초 시작된 홍콩의 반정부 시위가 4개월간 계속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소매업계가 신규 채용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 내 기업이나 상점들 매출이 뚝 떨어지면서 기존 직원도 해고당하는 판에 새로 직원을 뽑는 건 상상도 못한다”고 허 씨는 말했다.
아시아 금융의 허브이자 대표적인 관광도시 홍콩의 위상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장기간 지속되는 시위 여파로 관광객과 소매 판매가 급감한 것은 물론, 대규모 자금이 싱가포르 등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각종 경제 침체 신호가 고용난과 소득감소로 이어지면서 악순환만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위대는 은행에서 현금을 대량 인출해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키자는 운동까지 벌이고 있어 홍콩 경제는 끝없는 먹구름 속을 헤매고 있다.
주말부터 홍콩의 공휴일 중양절인 이날까지 이어진 연휴에도 홍콩 시내 주요 쇼핑센터와 번화가에서는 활기를 느낄 수 없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것으로 유명한 음식점에도 줄 선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쇼핑의 도시’ 명성을 안겨준 각종 명품 매장 안에도 직원들만 멀뚱멀뚱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시어머니, 아들과 함께 식료품을 사러 나온 40대 중반 주부 진씨는 “요즘 장사가 잘 되는 가게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경제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했다.
그나마 이날은 나은 편이었다. 대규모 시위 일정이 없어 상점들이 간만에 문을 열고 영업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1년 365일 쉬는 날 없이 영업하는 것으로 유명한 홍콩의 대형 쇼핑센터 14곳은 지난 이틀간 이례적으로 긴급 휴업에 들어갔다. 격렬한 시위로 인한 피해를 우려한 조치였다. 한국인 관광객 고모(30)씨는 직접 홍콩에 와보니 걱정한 것보다 더 위험하고 불편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주말 내내 시내 모든 대형 쇼핑몰이 문을 닫아 쇼핑을 거의 하지 못했다”며 “예약해뒀던 딤섬 식당도 돌연 문을 닫아 당황했다”고 했다.
생필품과 식자재를 파는 수퍼마켓마저 시위 기간에 예고 없이 영업을 중단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시민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물건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6일 현지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텅 빈 수퍼마켓 진열대와 물건을 가득 안은 사람들이 계산대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선 사진이 다수 게재됐다. 몽콕 지역 수퍼마켓에서 만난 한 주부는 “최근 통조림이나 라면, 과자처럼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음식을 잔뜩 사뒀다”며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에 대비하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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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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