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 감독이 19일 몬트리올에서 회복 훈련을 마친 뒤 선수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

캐나다에서 열리고 있는 2015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이 조별리그를 마치고 20일부터 16강전에 돌입한다. 이제부터는 한 번 지면 그대로 보따리를 싸야하는 녹아웃 토너먼트제로 치러진다. 전후반 90분에 승부가 갈리지 않으면 연장전을 거쳐 승부차기까지 가서라도 승부를 봐야 한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FIFA랭킹 14위 스페인에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두고 역사상 두 번째 월드컵 도전에서 역사적인 첫 승과 16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한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윤덕여호는 오는 21일 오후 1시(LA시간, TV-FS1, KVEA) 몬트리올 올림픽스테디엄에서 FIFA랭킹 3위의 강호프랑스를 상대로 8강 진출권을 놓고맞붙는다.

프랑스는 독일(1위), 미국(2위), 일본(4위)과 함께 이번 대회 ‘빅4’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 중 하나다. 조별리그에서 FIFA랭킹 6위 잉글랜드를 1-0으로 꺾은 뒤 2차전에서 28위 콜롬비아에 쇼킹한 0-2 패배를 당했으나마지막 경기에서 25위 멕시코를 5-0으로 대파하고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콜롬비아전에서 슈팅수 21-3,코너킥 12-2가 말해주듯 압도적인 경기를 하고도 골운이 따르지 않아 일격을 맞았으나 전력면에선 우승후보에 손색이 없음을 입증했다. 한국으로선 결코 16강 대진운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프랑스가 이기기 불가능한 상대는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콜롬비아가 입증했다. 한국이 스페인전 승리의 여세를 몰아 차분하고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하고 콜롬비아와 마찬가지로 역습기회를 엿본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경기가 될 것이다.

이번 대회 16강전 대진표를 살펴보면 한국의 앞길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16강전에서 3위 프랑스를 꺾는다면 8강전에선 1위 독일을 만날것이 유력하고 만에 하나 독일을 이기면 준결승에선 2위 미국이 기다리는 시나리오다. FIFA랭킹 1, 2, 3위가 대진표 한쪽으로 몰리면서 4위이자디펜딩 챔피언 일본은 상대적으로 결승행에 탄탄대로가 열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 입장에선 대진표상의 다음 상대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일단 프랑스와의 16강전에만 집중하면 된다.

스페인전 승리를 통해 한국은 많은 것을 얻었다. 유럽 강호와 대결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것은 물론 그동안 조별리그 첫 두 경기에서 심적인 부담감 때문에 제 기량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했던 에이스 지소연이 완전히 부활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반갑다. 더구나 부상으로 첫 두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대형 골잡이 박은선도 아직 완전한 상태는 아니지만 이날 선발로 나서 70~80%의 모습을 보여줬고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오른쪽 풀백김수연도 불안했던 측면 수비를 안정시켰을 뿐 아니라 ‘슈터링’ 결승골까지 뽑아내는 활약으로 16강전에도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스페인전에서 승리한 뒤 숙소에돌아온 선수들은 엘리베이터 앞에 붙은 코칭스태프의 ‘노트’를 만났다.

거기엔 “아직 아니야. 16강에서 끝낼건 아니잖아. 차분히 준비해 프랑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차분하게 준비해 상대한다면 프랑스도 한 번해볼 만하며 결코 넘지 못할 벽은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


<김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