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연방 의사당에서 열린 ‘이산가족’ 다큐멘터리 시사회에서 한인 2세 제작자 유진 정(맨 오른쪽부터), 제이슨 안씨와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 찰스 랭글 연방 하원의원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

한인 2세들이 나서 북한이 고향인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다큐멘터리가 처음으로 연방 의회에서 상영됐다.

현재 연방 의회에는 재미 이산가족 상봉 촉구 결의안이 상정돼 있는데 이날 다큐 상영을 계기로 의회 내 통과 움직임이 일지 주목되고 있다.

재미 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는 지난 17일 저녁 연방 의사당 방문관 대강당에서 의회와 한인단체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산가족’(Devided Families)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시사회를 가졌다.

52분짜리인 이 다큐멘터리는 한국전쟁으로 가족과 생이별한 뒤 고향을 떠나 미주 지역에 정착한 한인 이산가족 5명의 애절한 사연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특히 이산가족의 외손자로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현재 하버드 매서추세츠 종합병원 의사인 한인 2세 제이슨 안씨와 북한 출신 조부모를 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의 유진 정씨가 감독을 맡아 더욱 주목받고 있다.

두 사람은 2009년부터 5년여간 115명의 스태프를 동원해 17명의 한인 이산가족을 직접 인터뷰했고, 제작 경비는 총 6만달러로 순수한 모금을 통해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회에는 현역 연방 의원으로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의 대표적 친한파인 찰스 랭글(민주·뉴욕) 하원의원과 북버지니아의 한인 밀집지대를 지역구로 둔 제럴드 코널리(민주·버지니아) 하원의원이 참석했다.

영화를 만든 안씨는 기자들과 만나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북한에 있는 여동생을 만나고 싶어 하셨는데 결국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며 “저희 가족뿐만 아니라 미국에 있는 많은 한인이 비슷한 아픔과 사연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씨는 이어 “앞으로 미국 정부가 북한 정부와 공식적 협의기구를 만들어 재미 이산가족이 북한의 가족들과 상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소망"이라며 “이것은 정치적 이슈가 아닌 인간적인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현재 84세인 랭글 의원은 인사말에서 “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헤어짐의 아픔을 겪은 이산가족들이 재회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랭글 의원은 지난 3월 재미 이산가족이 북한의 가족과 만나도록 북한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이 올해 레임덕 세션에서 채택될 수 있도록 동료의원들을 설득 중이라고 밝혔다.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하원의 해당 상임위인 외교위원회를 거쳐 하원 전체 투표를 통과해야 하고 상원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재미 이산가족의 상봉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대북 제재강화법안(HR1771)이 지난 7월28일 코널리 의원의 발의로 하원을 통과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