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겁 없는” 남미남성 대부분·시간당 26달러89센트
▶ 곡선 유리벽까지 완벽한 청소는 아직 ‘인간의 영역’
이번 주 뉴욕의 104층짜리 월드트레이드 센터에서 발생한 아찔한 사고 같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고층빌딩 유리창 닦이는 아직 로봇이 하지 못하는 인간의 영역에 속한다. 사진은 1995년 촬영한 것.
12일 뉴욕 월드트레이드 센터 68층에 매달려 있는 유리창 청소용 곤돌라.
지난 12일 까마득한 104층짜리 미국 최고층 빌딩 뉴욕 원 월드트레이드 센터의 68층 외벽에 매달린 2명의 유리창 청소부가 구출되는 아슬아슬한 드라마를 지켜보며 숨죽인 많은 사람들에겐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을 것이다 : 도대체 저 위험한 일을 왜 하는가? 셀폰의 몇 번 클릭으로 오만가지 문제를 거뜬히 해결하는 이 하이텍 시대에 왜 아직도 건물 유리창을 비눗물로 씻고 스폰지로 닦게 하기 위해 그 높은 빌딩 꼭대기에서 사람을 내려 보내는 것일까. 로봇이 이 단순 반복적 업무를 대신하여 인간을 부상의 위험이나 길바닥으로 추락하는 죽음으로부터 구제해 줄 수는 없을까?
전문가들의 대답은 간단하다. 유리창 청소는 아직 기계가 인간만큼 잘 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 약간 더 ‘복합적인 대답’은 요즘의 고층빌딩은 이전보다 더 복합적이라는 것.
“고층빌딩들이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조각품들처럼 보이기 시작했다”고 빌딩 소유주들에게 외벽 관리에 대해 컨설팅해주는 크레이그 컬킨스는 말한다. “로봇은 사람처럼 곡선을 돌아가며 외벽에 접근하기가 힘들거든요”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위치한 C.S. 컬킨스 사의 사장인 그는 “로봇청소에는 문제가 있다”면서 특히 로봇청소 시스템은 고층에서 멋진 전경을 보여주도록 디자인된 유리벽의 구석으로 먼지를 모아 쌓아 놓는 게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멋진 전경을 누리기 위해 비싼 돈을 지불한 소유주들이 티끌하나 없이 깨끗한 유리창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창틀 구석구석에 쌓인 뿌연 먼지가 아니라…”라고 그는 덧붙였다.
테러로 무너진 원래의 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은 유리창 청소에 로봇 시스템을 도입했었다. 그러나 로봇의 청소 솜씨가 영 신통치 않아 인간 유리창 청소부가 로봇의 뒤를 따라 다니며 남아 있는 얼룩을 지우고 먼지를 제거하며 이중 청소를 해야 했다고 뉴욕 항만청 무역센터 건설국 디렉터 스티븐 플레이트는 전한다. “전혀 효과가 없었어요. 로봇은 기본적으로 유리창 청소를 하지 않은 셈이지요”당시 쌍둥이 빌딩을 담당했던 유리창 청소부 중 한명인 로코 카마즈의 위험한 직업 이야기는 동화책으로 발간되기도 했다. “구름 위에서 일하는 유리창 청소부”라는 제목으로 1995년 출판되었던 이 책에서 카마즈는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엔 모든 유리창 청소는 아마 기계가 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 10년이 채 되기 전인 2001년 9월11일, 카마즈는 테러로 빌딩이 붕괴될 때 함께 사망했으며 그의 ‘예언’도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로봇을 사용해 유리창 청소를 시키는 고층빌딩이 미 전국에 수 십 채는 되니까 하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로봇사용이 잘 도입되지 않는 또 한 가지 이유는 고층빌딩 외관 관리에는 유리창 청소 외에도 사람의 손이 필요한 일이 많기 때문이다. 유리창이 깨지거나 외벽에 수리가 필요할 때는 어차피 옥상에서 사람을 실어 내리는 곤돌라 등 장비가 필요하다. 소유주 입장에서 보면 그 장비를 사용해 더 효율적으로 청소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쓰면 되는데 따로 효과도 신통치 않은 유리창 청소용 로봇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컬킨스는 설명한다.
뉴욕에서 현재 작동 중인 고층빌딩 유리창 청소용 곤돌라(scaffold)는 약 700대이며 빌딩서비스 종업원 노조(S.E.I.U. OCAL 32BJ) 소속 유리창 청소부는 약 500명이라고 노조 관계자 제라드 맥엔니는 전한다. “소유주들은 “빌딩이 번쩍번쩍 빛나기를 원하고” 청소부들은 “보수가 좋아” 유리창 닦이를 마다하지 않는다. 고층빌딩 유리창 청소부의 임금은 시간 당 26달러 89센트이며 청소부 상당수가 남미출신 이민남성들이다. “그들은 정말 겁이 없는 사내들”이라고 맥엔니는 말한다.
그 자신도 유리창 청소 경력 9년인 맥엔니는 며칠 전 2명의 청소부가 경험했던 아찔한 공포의 수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맨 처음 곤돌라에 실려 고층빌딩 옥상에서 내려지던 날, 곤돌라의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위치한 쪽이 기울던 순간을 그는 지금도 기억한다.
다행히 경험 많았던 파트너가 재빨리 대응에 나서 균형을 찾을 수 있었다면서 그는 덧붙여 말했다. “생명이 위태로운 직업에 종사다면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함께 하는 파트너에 의존하며, 지금까지 받은 안전훈련이 도움 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지요”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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