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삶
▶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아버지는 나무, 어머니는 몸통, 자녀들은 가지이다. 한 가정을 나무로 본 경우다. 실제로 아버지는 한 그루의 나무 가운데서 나무 자체를 상징한다. 자녀들은 어머니 몸통에서 싹이 트고 자라간다.
어머니는 자녀를 낳고 키운다. 어머니의 자녀와의 관계는 그토록 두텁고 끈끈하다. 예나 지금이나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은 만인의 칭송을 받아 마땅하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어머니의 나으신 정 키우신 정을 기억해서 어머니날을 제정하고 지켜온 지 오래다. “나실 제 괴로움 잊으시고”라며 어머니 노래를 부르며 누구나 눈물을 흘린다.
아버지는 어떨까. 집의 대들보요 기둥이다. 멋쩍고 그저 언제나 버티고 있는 모습이 가련하고 외롭게 보인다. 할말은 많아도 아낀다. 밖에서 당하는 어려움을 집에 끌어들이지 않으려고 입을 다문다. 혹 집안 일을 참견 않는 것처럼 보여서 집에서 외인이다.
우리 아버지들은 일본 식민지하에 나라 없는 서러움으로 일분 순사의 감시 속에서 서러운 인생을 살았다. 기를 펼 수 없는 비굴함 속에서 절망의 시대를 살았다. 한 많은 아리랑의 노래를 부르며. 해방을 맞고 자라난 아버지들은 동족상쟁의 피비린내 나는 민족의 격동기를 맞아 혼돈과 갈등 속에서, 부모 형제자매를 잃는 슬픔의 시대를 지냈다. 군사독재의 잔악한 탄압 속에서 또 한번의 곤욕과 암흑의 시대를 지나며 아버지 나무는 휘고 꺾어지거나 뽑혀졌다.
일제의 악정을 피해 북간도로 간 것처럼 우리도 가족을 이끌고 새 땅에 나무를 심었다. 아버지들은 상상할 수 없는 역경과 고난을 이기며 버티고 살아간다. 언어와 문화의 벽은 좀처럼 허물어지지 않는다. 아내의 도움 없이는 이 외롭고 긴 여정을 감당할 수 없다. 자식들은 자라서 자기의 갈 길로 갈 것이다.
숨이 막히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옷을 다리고 손이 곱도록 바느질을 하며 밤이 새도록 팔 물건을 진열대에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이웃에 강도가 들어와서 엊그제까지 세상 돌아가는 실정을 나누던 동향 사람이 괴한의 총탄에 맞아 저 세상 사람이 된 지경을 두려움과 저주 속에서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닦는 아버지.
자라나는 자녀들이 아버지의 이 속마음을 알기나 하는 것일까. 아버지는 끝내 입을 다물고 자녀들이 아버지보다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환경 속에서 자랑스러운 성공한 사람이 되도록 소원한다. 별을 보고 나가서 별을 보고 지쳐서 집에 돌아오는 아버지는 한번도 후회 없는 삶을 보란 듯이 헤쳐나가고 있는 것이다.
용정의 산언덕에는 허리 굽은 소나무 한 그루가 벼랑 끝에 버젓이 늘푸른 가지를 펴고 도도히 살아있다. 일본군들이 이 소나무가 한국인의 정기를 지니고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여 밤마다 포격을 가했지만 이 소나무는 지금까지도 버젓이 한국인의 정기를 지닌 채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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