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국 중산층의 상징은 단순했다. 집을 사고, 아이를 키우고, 은퇴를 준비하는 것.
그러나 지금 그 공식은 사실상 무너졌다. 중동 전쟁발 에너지 충격 이후, 개솔린 가격은 오르고 항공료는 치솟았으며, 식료품과 의료비는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다. 단순한 물가 상승이 아니다. 문제는 모든 필수 비용이 동시에 오른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한 가지가 오르면 다른 것이 완충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주거비, 보험료, 식비, 에너지 등 어느 하나 피할 수가 없다.
결과는 명확하다. 미국인의 삶은 점점 더 ‘선택 없는 소비 구조’로 변하고 있다.
2주마다 나오는 월급으로 가까스로 생활하는 ‘월급에서 월급’(paycheck to paycheck survival) 생활은 한때 일부 서민층, 저소득층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중산층의 표준이 되고 있다. 소득은 찔끔 늘지만, 더 빨리 사라진다. 남는 것이 없으니 투자도, 저축도, 미래도 없다. 이 현상은 개인의 소비 습관 문제가 아니다. 경제 구조 자체가 바뀐 것이다.
소득은 고정되고 불안정하며 각종 생활비는 올라가기만 한다. 이 현상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미국민은 가난해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는 소비에 의존할 만큼 국민들이 돈을 써야 기업은 매출을 올리고 직원을 채용하는 등 경제가 돌아간다. 그런데 최근 미국민들의 심리 상태를 진단해보면 ‘체념’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가장 무서운 현상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어떻게 더 벌까”가 아니라 “이번 달을 어떻게 버틸까”를 묻는다. 경제가 아니라 심리의 문제로 전이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이 시점에서, 투자와 저축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상황에서 현실적인 재정 전략의 핵심은 ‘버티는 기술’이다. 특히 현금흐름 방어가 가장 중요한데 어쩌면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투자도 아니고 절약도 아니다. 현금 흐름을 통제하는 것이다.
핵심은 단순하다. 렌트와 보험, 구독료 등 고정 생활비를 줄이는 것이다. 외식을 줄이고 식재료를 할인할 때 대량으로 구매하고 비싼 브랜드 상품 대신 저렴한 ‘노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는 것 등이다.
또한 현 시점에서 내 수입이 어디로 가는 지를 살펴보는 좋다. 얼마를 쓰느냐 보다 어디에 고정되었는지를 살펴봐야한다. 왜냐하면 고정 경비는 인플레이션 시대의 가장 큰 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긴급자금(비상금)을 무시한다. 하지만 지금 환경에서는 사실상 ‘생존 장치’다. 최소 3~6개월 생활비, 가능하면 6개월 이상 버틸 수 있는 비상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꼭 시작해야 할 시기다.
고용 시장도 불안정하다.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는 기업들의 해고 리스크 증가로 이어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긴급자금이 없으면 힘들게 모은 투자 자산을 최악의 타이밍에 팔게 된다.
지금 가장 위험한 것은 고금리 부채다. 특히 신용카드 등 고금리 부채를 가능한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은 시장 수익률보다 이자 비용 절감이 더 확실한 투자이다. 그래서 투자 전략도 ‘공격’이 아니라 ‘방어적 증식’으로 가야한다. 좀 더 장기적 안목으로 안전한 주식 투자가 중요하다.
인덱스 투자를 기본 축으로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예를 들자면 S&P 500 추종 ETF는 수익률과 안전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개별 종목 투자 리스크를 제거해 주면서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상회하는 수익을 제공한다.
미국은 한때 물가가 가장 안정된 나라였다. 2차 대전 이후 물가 안정은 미국 경제의 가장 큰 힘이었다. 그러나 이 공식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고 중동 전쟁까지 겹치면서 사라졌다.
결국 바뀐 현실에 적응해야 바꾸고 버려야 할 생활과 소비습관은 과감하게 털어내야 한다. 지금은 돈을 무리하게 불리는 시대가 아니라 지키면서 버티는 사람만 살아남는 시대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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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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