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미주 한인사회가 교회 중심의 사회라는 데 이론을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인 인구 약 300명당 1개의 한인교회가 서 있고 동포인구의 70% 이상이 교회에 나가고 있는 현상이 단적으로 이를 증명한다. 한인들은 종교적인 목적 외에도 교회에서 자신들의 문화나 정체성을 찾으려 하고 있다. 따라서 교회는 어린이들에게 한글과 전통문화의 하나인 서예나 사군자, 태권도 등을 가르친다. 그리고 믿지 않았던 사람들은 한인들을 사귀고 생활정보를 얻기 위해 교회를 찾았다가 신앙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처럼 한인교회는 신앙 공동체로서의 역할과 아울러 커뮤니티 센터의 일부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한인사회의 현실에서 한인교회사는 한인역사의 중요부분을 차지하지 않을 수 없고 특히 역사의 민주화 측면에서 볼 때 보통사람들의 이야기와 아울러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한인 교회의 역사가 아닌가 한다. 가정과 직장 다음으로 많은 동포들의 활동무대가 한인교회이다 보니 한인들의 특성이 가장 두드러진 곳도 한인교회이며 한인들의 가능성과 한계를 보인 곳도 바로 한인교회다. 이민 오자마자 자신의 신앙의 뿌리를 찾아서, 혹은 지인들의 권유로 다니기 시작한 한인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통해 이민생활의 애환을 달랜다. 이러면서 30여 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지난 30년이 한인사회의 최근 역사라 한다면 한인교회사는 이 시대 한인사의 중추적인 부분이 될 수밖에 없겠다.
이 같은 한인사회의 특수성으로 오래 전부터 간헐적으로 여러 지역의 한인교회사가 동포사회에 선을 보이기 시작하다 70년대부터 시작된 본격 이민 30여 년이 지나면서 한인교회사 출간 러시를 이룰 것 같다. 작년에 LA지역 대형교회의 하나인 동양선교교회(담임목사 강준민)가 동양선교교회 30년사(1970-2000)를 펴낸 데 이어 월 여 전에는 워싱턴 최대 한인교회인 중앙장로교회(담임목사 노창수)에서 30년사(1973-2003)가 나왔다.
이 30년사는 한인역사의 중요한 부분이자 신앙공동체의 역사이며 오늘의 한인교회를 이루기 위해 헌신한 한인 이민 1세들의 기도와 눈물과 희로애락이 점철된 우리 삶의 자전적 기록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한인 교회사가 쓰여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려사항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먼저 교회사의 성격에 관해서다. 교회역사란 본질적으로는 신앙공동체의 변천 내지 발전 과정이다. 따라서 교인들의 신앙체험 등이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하겠지만 이민사회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한인사회와의 관련성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한인교회가 신앙 공동체로서 갖는 특징도 부기 되었으면 한다.
다음으로 흔히 기존 한인교회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교회사가 담임목사나 장로 집사 등 교회를 주도하는 사람들 일변도로 쓰여졌다는 점이다. 특히 신도 중 다수를 차지하며 보이지 않게 교회를 떠받치고 있는 실질 세력인 여신도들의 헌신과 그들의 신앙경험이 소홀히 취급되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어떤 인물이나 사안에 대한 평가보다는 서술에 관심을 두어야 할 것 같다. 아직 한인 교회의 역사가 일천하고 생존인물이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인교회는 미국 땅에 한인들이 세운 한인들의 교회이다. 따라서 한인교회사는 미국교회사와 한국교회사의 관련성에서 편찬 되어야할 것이다. 한인교회는 미국교회와 한국교회와의 부단한 만남 속에서 형성, 발전되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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