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수만명의 반전 시위대는 “아직 늦지 않았다”등의 사인판을 들고 워싱턴 기념관에서부터 백악관까지 행진을 했다.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여전히 말로 되어지고 있다.
딕 체니는 16일 아침 TV에 나와서 “여전히 외교적 노력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한마디 덧붙였다. 부시대통령은 아조레스에서 이라크를 기필코 치고 말겠다는, 작지만 완강한 그룹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이라크 공격이 얼마나 잘못된 것일지, 얼마나 바람직하지 않은 것일 지, 아니면 그로 인해 전세계가 얼마나 분노할 것인지등은 그들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극이 이제 모습을 드러낼 때가 되었다. 부시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을 내내 원했던 나머지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의 말은 어떤 말이든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려 들지 않아 왔다.
대서양 횡단 동맹간의 분열 등 결과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로부터 그는 등을 돌렸다. 그는 또 선제공격 전쟁은 궁극적으로 세계를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다.
부시대통령은 미국과 전세계에서 들고일어난 수백만 반전 시위대들을 보면서 전혀 마음의 동요를 느끼지 않았다.
대통령의 견해로 볼 때 이 전쟁은 해방의 전쟁이다. 사담 후세인과 그의 대량 살상무기를 제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라크 국민들에게 민주주의를 가져다주고 그래서 중동 지역 전역에 민주주의를 꽃피게 할 전쟁이라는 것 이다.
이와는 정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국방부 기밀문서(지난주 LA 타임스 폭로) 같은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방부 문서는 전쟁이 일어난 후 이 지역에서 민주주의가 자리잡을 전망은 별로 없고 경제적 사회적 문제로 인해 앞으로 수년간 기본적 안정도 저해될 것으로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못 보겠지만 그런 위험도는 엄청나게 크다.
‘전쟁 없이 승리하기’라는 반전 단체를 이끄는 톰 앤드류스 전 연방하원의원은 이라크 전쟁이 “침략이며 세계의 대표적 화약고 한가운데의 아랍국가를 장기간 점령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즈는 16일 미국 주도하에 이라크를 침공하고 점령하면 전세계 이슬람 테러리스트 조직들이 들고일어나 대원 모집을 강화하고 미국에 대한 또 다른 테러공격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는 정보기관 직원들의 경고를 1면에 실었다.
다른 목소리에 귀기울이려 들지 않는 부시 대통령의 완강함은 미국내 종교단체들에게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장로교단 최고 지도자인 클리프턴 커크패트릭 목사에 의하면 남침례교를 제외한 거의 모든 미국내 주요 교단은 이라크 전쟁에 대해 탐탁지 않음을 표시했다.
커크패트릭 목사 등 종교지도자들은 지난주 런던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수상을 만나 전쟁을 대체할 방안을 제안했다.
국제사법 재판소가 사담 후세인을 전범으로 기소하고, 유엔 주도하에 사담 이후 이라크를 다스릴 임시 행정부를 구성하며, 인도적 구호운동을 국제적으로 거대하게 펼쳐 이라크 국민들을 도울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난 주말로 그런 희망은 다 사라졌다. 토니 블레어수상과 만났던 일단 종교 지도자들이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시도했지만 백악관은 이를 거절했다.
대통령은 오래 전에 이미 마음을 정했고, 그래서 전쟁을 둘러싼 찬반 의견들은 바람 속의 연기 같은 것일 뿐이다. 부시 대통령은 전쟁을 하고야 말 것이다.
전쟁은 항상 마지막 선택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16일 밤은 슬픈 밤이었다. 그들은 촛불을 켜서 슬픔과 좌절, 그리고 정말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마지막 여린 희망을 표현했다.
밥 허버트/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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