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이 지난 18~19일 상·하원 정보위원회에서 연례위협평가(Annual Threat Assessment)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결코 평범한 보고서가 아니었다. 미국 본토가 더 이상 ‘안전한 후방’이 아니라는, 차갑고도 명확한 선언이었다. 18개 정보기관을 대표해 증언한 개버드 국장의 메시지는 한 치의 모호함도 없었다. “미국 본토는 더 이상 성역(sanctuary)이 아니다.”
나는 북한 내부와 그 너머를 오랫동안 지켜본 입장에서 말한다. 이번 평가는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예전 보고서들이 ‘잠재적 위협’이라는 조심스러운 표현을 썼다면, 올해는 그것을 ‘이미 현실’로 못 박았다.
▲북한 ICBM,‘추정’에서 ‘확인된 현실’로
가장 큰 변화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에 대한 재평가다. 정보기관들이 한때 ‘개연성이 있다’고 했던 것이 이제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확정적 판단으로 올라섰다. 화성-15형(사거리 13,000㎞ 이상), 화성-17형(15,000㎞ 이상, MIRV 가능) 그리고 특히 고체연료 화성-18형이 핵심이다. 고체연료 ICBM은 액체연료 미사일과 달리 발사 준비 시간이 극히 짧아, 미군이 탐지하고 대응할 ‘골든타임’이 사실상 사라졌다.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까지 모두 사정권 안에 있다. 이는 더 이상 정보기관의 추정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극초음속과 600mm 초대형 로켓, 기존 방어체계의 한계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시험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마하 5를 넘는 속도에 저고도 불규칙 기동까지 더해지면, 현재의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요격이 극히 어렵다. 또한 600mm 초대형 다연장로켓(화산-31)은 사거리 420㎞에 정밀 유도와 전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해, 한국의 비행장·군사시설·인프라를 한 번에 포화 공격할 수 있는 선제타격 무기다. 이것은 단순한 억지력이 아니라, 실제 사용을 염두에 둔 공격 능력이다.
▲북한은 이란이 아니다
개버드 국장이 증언하는 바로 그 시점, 미군은 이란에 대한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을 진행 중이었다. 2월 말 시작된 이 작전으로 이란의 핵·미사일 시설이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개버드 국장은 “이 성공이 불러올 거짓된 안도감”을 명확히 경고했다.
▲이란과 북한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란은 아직 ICBM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북한은 이미 약 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며, 비축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비핵화 의사가 전혀 없고, 오히려 핵·미사일 개발을 국가 생존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사이버 전쟁, 당신의 지갑이 북한 핵탄두를 만든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미 우리 일상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이버 공격이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체인얼리시스에 따르면, 북한은 2025년 한 해에만 약 20억 달러(약 2조 9천억 원)의 가상화폐를 탈취했다. 누적 규모는 67억 5천만 달러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2월 두바이 소재 거래소 바이빗(Bybit)에서 벌어진 약 15억 달러 규모의 해킹은 역사상 최대 단일 건이었다.
이 돈은 어디로 가는가. 북한 해커들이 ‘대물사냥(Big Game Hunting)’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수개월간 표적을 정밀 추적한 뒤 한 번에 수억~수십억 달러를 털어간다. 그렇게 빼돌린 자금은 곧 화성-18형 ICBM, 극초음속 미사일, 화산-31 전술핵탄두 생산으로 직결된다. 오늘 당신의 계좌에서 사라진 디지털 자산이, 내일 한국이나 미국 도시를 겨냥한 미사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정학적 연합과 2035년의 악몽
북한은 더 이상 고립된 존재가 아니다. 러시아로부터 첨단 미사일·위성 기술을 받고,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실전 경험을 쌓았으며, 중국·이란과도 반미 전선을 공유하고 있다. DNI 보고서는 2035년까지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적대국 미사일 수가 현재 3,000발 이상에서 16,000발 이상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가 완전히 압도당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
▲이제는 행동할 때다
개버드 국장의 증언은 미국 국민, 그리고 한국 국민에게 분명한 경보를 울린다. 북한의 위협은 더 이상 외교적 수사나 협상 카드가 아니다. 그것은 실재하고, 진행 중이며,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함께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첫째, 16,000발 미사일 시대에 대비한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와 압도적 억지력 강화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둘째, 사이버 영역에서 수세적 방어에서 공세적 작전으로 전환해야 한다. 도난당한 자금을 차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북한의 해킹 네트워크 자체를 무력화하는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셋째, 지난 10년간 약 10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수익 환수를 강력히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구체적 행동으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미국 본토는 물론, 대한민국도 더 이상 북한 미사일과 사이버 공격의 성역이 아니다. 시계는 이미 거꾸로 돌릴 수 없는 지점까지 왔다. 그러나 그 시계가 가리키는 미래를 바꿀 힘은, 아직 한·미 동맹의 강력한 손 안에 있다. 너무 늦기 전에, 경보를 행동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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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정호 VA, 전 노동당 39호실 고위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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