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소매치기’ 비상 ***접촉 없이 스캐너로 탈취***‘RFID 스키밍’ 범죄 확산
▶ 하루 1만명·연 80억불 피해***고령층 여성 등 집중 노려
미국 전역에서 크레딧카드나 데빗카드 정보를 몰래 빼가는 이른바 ‘디지털 소매치기(digital pickpocketing)’ 범죄가 급증하면서 경찰이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LA 경찰국(LAPD)은 최근 소형 스캐너를 이용해 지갑이나 가방 속 카드 정보를 수 초 만에 무선으로 탈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경고를 발령했다.
경찰에 따르면 무선식별(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기술을 악용한 ‘RFID 스키밍’이라고도 불리는 이 범죄 수법은 기존 해킹이나 물리적 절도와 달리, 피해자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범죄자들은 마켓이나 샤핑몰, 공항, 식당, 지하철 등 사람들이 밀집한 장소에서 피해자 가까이에 접근한 뒤, 주머니 속 소형 스캐너로 카드의 무선 주파수 식별(RFID·NFC) 신호를 읽어 금융 정보를 빼낸다. 별도의 접촉이나 카드 도난 없이 수 피트 거리에서도 정보 탈취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으로 미 전역에서 하루 1만 명 이상이 피해를 입고 있으며, 피해 규모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미국 내 관련 피해액은 약 8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평균 피해액은 4,200달러 수준이지만, 일부는 수만 달러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이 주요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피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애리조나주의 한 70대 여성은 마켓 계산대에서 10분 정도 서 있었는데, 귀가 직후 수십 건의 해외 결제 알림을 받았다. 총 5만 달러 이상의 돈이 순식간에 빠져나갔고, 일부 금액은 은행으로부터 보상받지 못했다. 이 피해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돈이 사라졌다”며 충격을 호소했다.
문제는 기존 보안 수단의 한계다. 시중에 판매되는 RFID 차단 지갑이나 카드 슬리브는 초기 기술을 기준으로 설계돼 최신 스캐너를 완전히 막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속 차단 방식은 시간이 지나면 성능이 떨어지고, 최신 NFC 주파수에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보안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는 지갑을 앞주머니나 몸 가까이에 보관하고, 카드 사용 알림 서비스를 활성화해 이상 거래를 즉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불필요한 카드 휴대를 줄이고, 비접촉 결제 기능을 제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LAPD 관계자는 “디지털 소매치기는 빠르게 이뤄져 추적이 어려운 범죄”라며 “소비자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대비하지 않으면 피해를 피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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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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