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바 움직이는 실질적 일인자 기소에 양국 정세 ‘격랑’
▶ 30년 전 항공기 격추사건 관련해 기소…트럼프 “군사적 행동 없을 것”
▶ “쿠바지도부 이미 국정 동력 상실”…쿠바 “미국 기소는 날조” 반발

라울 카스트로 전 대통령[로이터]
미국 정부가 쿠바 혁명 주역이자 막후 실력자인 라울 카스트로(95) 전 대통령을 결국 기소했다.
사실상 쿠바를 지배하는 실질적 수장을 미국 사법당국이 직접 겨냥하면서 올해 1월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사태로 얼어붙은 중남미 정세가 다시 한번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법무부는 이날 1996년 마이애미 기반 쿠바 망명 단체인 '구출의 형제들'이 운용하던 항공기 2대를 쿠바군이 격추해 탑승자 4명이 사망한 사건에 간여한 혐의로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을 기소했다. 사건 당시 라울은 국방부 장관이었다. 미 법무부는 라울에 대한 형량이 최대 사형 또는 종신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토드 블랜치 미국 법무부 장관 대행은 마이애미에서 열린 기지회견에서 미국 법정에 설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카스트로가 자발적으로 오든, 아니면 다른 방식을 통해서든(by another way) 미국 법정에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소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쿠바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쿠바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군사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일각의 추측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군사적 "긴장 고조(escalation)는 없을 것이며, 그렇게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쿠바는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인 상태"라며 "그들(쿠바 정권)은 이미 국정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기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쿠바의 정권 교체를 강력히 추진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쿠바에 연료를 공급하는 국가들을 상대로 고강도 제재를 가해 사실상 쿠바를 전면 봉쇄 중이다.
이에 따라 쿠바 전역에서는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고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전력난으로 교통은 멈췄고, 청소차가 다니지 못해 길거리는 쓰레기투성이다.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지만, 에어컨은 물론, 냉장고조차 가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법무부 수장이 법정 최대형까지 언급하며 초강수를 두고 있지만, 100세가 멀지 않은 카스트로가 미국 감옥에 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도 트럼프 행정부가 칼을 빼 든 이유는 명백한 '전술적 압박 카드'라는 분석이다. 라울 카스트로가 쿠바 정권을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막후 실력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형 피델 카스트로, 친구 체 게바라와 함께 1959년 쿠바 혁명을 성공시킨 후부터 약 반세기 동안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피델이 건강 악화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는 10년간 대통령을 역임했다.
그는 퇴임 후에도 권력의 장막 뒤에서 정·재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표면적 국가수반이라면, 쿠바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힘은 라울이 이끄는 카스트로 가문에서 나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쿠바 정부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쿠바 혁명의 전설'이자 실질적 제1 지도자인 라울의 기소에 대해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카스트로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강력히 규탄하며 미국이 지난 1996년 사건을 왜곡·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두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정치적 행위"라며 "쿠바에 대한 무모한 군사적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꾸며내고 있는 명분을 강화하려는 목적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당시 쿠바의 조치는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들이 쿠바 영공을 반복적이고 위험하게 침범한 것에 대응해 영해 내에서 발동한 '정당방위'였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건 당시 미국 당국 역시 영공 침범 사실을 사전에 경고받았음에도 이를 묵인하고 방조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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