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와의 전쟁이 가까워지면서 일부에서는 전쟁 대신 억지 정책을 펼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90년대의 억지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은 인정하고 있다. 전쟁은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 억지 정책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냉전 때 45년 간 이 정책을 통해 소련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이라크는 소련과 다르다.
이 정책 주창자들은 후세인은 자살할 성격이 아니므로 핵무기를 손에 넣더라도 미국의 핵공격을 무릅쓰면서 다른 나라를 침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후세인은 의도적은 아니나 자살 행위에 가까운 짓을 종종 한다. 이길 확률을 오판함으로써 재난을 초래하는 것이다. 그는 자기가 벌이는 게임이 얼마나 위험한 지 모른다. 그는 외부 세계에 대해 잘 모르며 듣고 싶어하는 말만 하는 아부꾼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소련 특사가 1991년 바그다드를 방문했을 때 현실 감각이 없는 후세인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에게 억지 정책을 쓰는 것은 효과가 없다. 1974년 그는 이란이 지원하고 있는 쿠르드족을 공격했다. 이란이 과감하게 반격하자 꼬리를 내리고 이란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1980년 이란을 공격했을 때도 회교 공화국이 쉽게 무너질 것으로 착각했다 자기가 권좌에서 쫓겨날 뻔했다.
1991년에는 다국적군은 공격하지 않을 것이며 공격하더라도 이라크가 이길 것으로 오판하고 쿠웨이트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쿠웨이트 유전을 파괴하면 중대한 결과가 빚어질 것이란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 그는 유전에 불을 질렀다.
후세인은 걸프전 후 자신의 최대 실수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채 쿠웨이트를 침공한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그랬더라면 미국은 이를 묵인하고 그냥 넘어갔을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후세인 손에 핵무기가 들어간다면 당장 전쟁을 하지는 않더라도 아랍권의 패권을 잡고 이스라엘을 파괴하며 미국을 응징하려 할 것이다.
전쟁에도 위험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억지라는 이름 아래 그를 방치하는 것보다는 그 쪽이 훨씬 낫다.
케네스 폴락/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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