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덴마크 공영방송 DR가 ‘그린란드의 하얀 금’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덴마크 식민지(현 자치령)였던 그린란드 남부 이비투트의 크라이올라이트 광산에서 약 130년에 걸쳐 진행된 덴마크 기업들의 광물 착취를 다룬 작품이다. ‘하얀 금’으로 표현된 크라이올라이트는 알루미늄 생산에 필수적인 희귀 광물로 19세기부터 주목받다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항공기 제작의 핵심 소재로 각광받았다. 이비투트는 크라이올라이트의 세계 최대 산지였다. 하지만 막대한 채굴 수익은 고스란히 덴마크로 흘러갔다. 광맥이 고갈되자 광산은 1987년 폐쇄됐고 이비투트는 버려진 마을로 남았다.
■이비투트가 광산 도시로 번창하던 무렵 미국도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였다. 막대한 자원 보고이자 방어 기지, 북극 항로의 길목이라는 전략적 중요성을 주목한 것이다. 1910년 당시 덴마크 주재 미국 대사는 필리핀 섬과 그린란드를 맞바꿔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1941년 덴마크가 나치 독일에 점령되자 미국은 즉시 그린란드에 군사 기지를 짓고 병력을 주둔시켰다. 1946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1억 달러 상당의 금으로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덴마크에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80%가 얼음으로 뒤덮인 섬을 향한 미국의 갈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최고조에 달했다. 빙하가 녹으면서 북미·유럽·아시아를 최단거리로 잇는 북극 항로가 열리기 시작한 데다 동토에 묻혀 있던 전략자원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그린란드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골든 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전초기지로 점찍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악관은 “그린란드 확보는 국가 안보 우선순위”라며 그린란드 장악을 위한 군사 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음 주에는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덴마크 간 논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초강대국들의 자원 쟁탈전과 팽창주의에 위협받는 것은 그린란드와 같은 약소한 자원 부국뿐만이 아니다. 격화하는 자국 우선주의 앞에 ‘자원 빈국’ 한국도 공급망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신경립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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