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11일 연명 치료를 주제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환영사를 하다 눈시울을 붉힌 채 말을 잇지 못했다. 8월 돌아가신 어머니가 연명 치료를 원치 않았던 개인적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이날 한은은 연명 의료의 현실과 과제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이 총재는 “모친께 바치는 보고서”라고 했다. 닷새 뒤 이재명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연명 치료 중단 환자에게 건강보험료 할인 등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정 최고 책임자와 통화정책 수장이 연명 의료 중단이라는 예민한 이슈를 잇따라 꺼낸 것은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삶의 마지막이 의료 장치에 의존해 이어지는 모습은 환자는 물론 가족에게도 큰 고통이다. 하루하루 쌓이는 병원비도 피할 수 없다. 국내에서 연명 치료 중단, 이른바 존엄사가 인정된 것은 2009년 대법원 판결 이후다. ‘웰다잉’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후 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316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치료 중단으로 이어진 사례는 46만여 명뿐이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84%는 연명 의료를 원치 않지만 중단 비율은 16.7%에 그쳤다. 이는 종합병원이나 보건소, 건강보험공단 지사를 찾아가 의향서를 작성해야 하고 담당 의사와 전문의의 임종 판단, 가족 동의까지 거쳐야 하는 등 관련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한은은 등록 접근성을 높이고 상담 절차를 개선하고 사회적 보상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언급한 인센티브 방안과 맥이 닿아 있다.
■죽음이라는 선택에 보상을 주는 것이 생명 존중 가치에 어긋난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현행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건강보험 연명의료비 지출이 2030년 3조 원에서 2070년에는 17조 원까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외면하기 어렵다. 연명 의료를 개인과 가족의 고통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책임을 나누는 방향으로 공론화해야 할 시점이다.
<한영일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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