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ㆍ금리ㆍ원화 3중 강세, 50일새 50원 넘는 급락
▶ 경제 안정ㆍ북한 리스크 감소…당국, 시장개입‘신중’

원·달러 환율이 전날 대비 3.9원 내린 1,097.5원에 마감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원·달러 환율이 1년2개월 만에 다시 1,100원선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장 참가자들의 시각이 예전과 달라지며 원화 가치는 다른 통화에 비해서도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양새다. 환율 관리에 적극적이던 외환 당국의 태도도 훨씬 신중해졌다. 국제유가와 금리 상승세에 이어 원화가치까지 강세가 이어지며 자칫 경기 회복세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 두 달 안돼 50원 급락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3.9원 내린 1,097.5원으로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100원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9월29일(1,098.8원)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지난 9월28일 1,149.1원으로 단기 고점을 찍었던 원·달러 환율은 불과 50일 사이 50원 넘게 급락했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급격하게 올랐다는 뜻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원화가치는 다른 통화와 비교해 거의 ‘역주행’ 수준으로 뛰었다.
한은에 따르면 9월말 이후 지난 16일까지 원화가치는 4.0% 상승한 반면, 일본 엔화(-0.4%) 유로화(-0.4%) 영국 파운드화(-1.5%) 등 선진국 통화는 물론, 브라질 헤알화(-3.4%) 멕시코 페소화(-4.2%) 러시아 루블화(-3.4%) 등 신흥국 통화까지 모조리 가치가 하락했다. 그나마 가치가 오른 중국 위안화(+0.4%)와 인도 루피화(+0.2%)도 상승률은 미미했다.
이처럼 원화가치가 급등하는 데는 안정적인 경제 상황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 등 수출 호조로 기업들의 달러 수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다,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도 3분기 깜짝 성장률(전기대비 1.4%)을 계기로 훨씬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한반도 위기설을 몰고 올만큼 경제를 짓누르던 북한 위험(리스크)도 최근엔 잠잠해진 상태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전망에 그간 강세를 보이던 달러화 가치가 주춤하고 있는 것도 원화의 상대적 강세 배경이 되고 있다. 여기에 ‘준 기축통화국’인 캐나다와 맺은 만기와 한도 제한 없는 통화스와프는 원화 강세를 더 부추기고 있다.
■ 신중해진 당국
최근 원화 강세엔 예전보다 한층 신중해진 외환 당국의 태도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50일여일 간 환율이 급락하는 사이 “과도한 쏠림이 있는지 살펴보겠다”(16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고위층의 경계성 발언에도 불구, 외환당국은 특별한 시장개입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날 환율이 1,100원선 아래로 내려가자 당국은 “환율 하락속도가 빠른 점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구두개입했다. 이어 장중 한 때 환율이 1,093원선까지 수위를 낮추자 실제로 미세 조정(달러 매수)에 나섰지만 흐름을 완화하는 수준에 그쳤다.
일각에선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에 전보다 정부 시장개입 운신의 폭이 훨씬 줄었다는 해석을 내 놓고 있다. 수출을 중시했던 이전 정부들과 달리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현 정부가 굳이 환율 하락(원화 강세)을 막을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원화강세를 플러스 요인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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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식·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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