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코미디다. 누가 한 말이었던가.
멀리서 보이는 그의 모습은 아무래도 익살꾼 광대다. 여성 경호원만 대동한다. 훈장이 주렁주렁 달린 군 제복에서 사막의 전사 복장에 이르기까지 패션이 수시로 바뀐다. 현찰을 마구 뿌리고 외국에 나가서도 베두인 인 양 텐트를 고집한다. 리비아 지도자 카다피의 모습이다.
가까이서 그러니까, 그의 철권통치 하에 시달려온 리비아 국민들의 삶은 그러나 비극 그 자체였다. 그 40년의 세월은 압제와 학살로 점철돼 왔기 때문이다. 그 카다피 치하의 리비아는 결국 비극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나가고 있다.
국민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국제 여론도 그를 버렸다. 전 세계가 자국민을 향해 무차별 살상 극을 벌이는 카다피를 규탄하고 나선 것이다.
그 와중에도 가끔은 코믹한 뉴스도 전해진다. 이멜다 마르코스가 카다피의 퇴진을 권고했다는 보도가 그렇다.
이멜다가 누구인가. 독재자로서 20년간 필리핀을 통치했다. 그 페르디난도 마르코스의 퍼스트 레이디였다. 1960년대와 70년대가 그녀의 전성기로 마르코스의 만년에는 병상에 누운 남편을 대신해 ‘베개 밑 통치’를 하는 등 숱한 진기록을 남겼다.
그 마지막 진기록은 마르코스가 쫓겨날 때 황망히 달아나면서 그녀가 남긴 수백 켤레의 하이 힐이었다. 그런 그녀가 카다피에게 한 마디 충고하고 나선 것이다.
딴은 갸륵하다고 할까, 그런 뉴스도 전해진다.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가 바로 그 뉴스의 주인공이다. 국제 여론에도 아랑곳 않고 변함없는 카다피 지지 선언을 한 것이다. 그 오르테가의 스승 격인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역시 카다피에게 성원을 보냈다.
카다피와 ‘절친’관계다. 어느 정도로 친한가. 카다피가 직접 수여하는 국제 인권 상을 받았다. 그 답례로 카다피를 초청해 함께 공동의 적에 대항해 싸우는 같은 운명의 동지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다름 아닌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다.
쉴 새 없이 떠드는 게 바로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런데 어떻게 된 셈인지 그는 친구가 맞은 비극적 사태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래서 베네수엘라의 한 신문은 이렇게 평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수다스럽기 짝이 없는 우리의 대통령이 폭풍 같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코미디 같은 뉴스는 한국에서도 전해진다. 한국의 한 인권단체가 ‘카다피를 인권과 노동자 권익을 위해 온 몸으로 실천하는 지도자’로 기리면서 인권 상을 수여한 사실이 알려져서다.
“그 분의 진면목은 인권신장과 노동자, 여성 등의 권리신장에 더 집약되어 있다.… 세계 각처에서 반독재와 민주주의와 평등을 위해 싸우는 강고한 투쟁가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2003년 카다피를 불교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단병호 당시 민주노총위원장이 한 말이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코미디다’-. 아무래도 과히 틀리지 않는 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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