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트렌드 분석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온다. 과거에는 트렌드에 둔감해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었다. 단지 불편할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트렌드가 기회를 만들고 위기를 만든다. 누군가의 기회는 누군가의 위기가 되고, 위기를 보던 누군가가 기회를 찾는 세상이다.
소비트렌드 연구의 권위자 김난도 교수는 2011년 트렌드 키워드로 ‘두 마리 토끼’(TWO RABBITS)를 제시했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날이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의 양면적 욕구에서 파생되는 ‘모순의 토끼’를 잡으라는 뜻이다. 중저가 패스트 패션을 즐겨 입으면서도 엄청난 고가의 명품을 사들이는 소비자, 자신의 일상을 낱낱이 공개하면서도 프라이버시는 보호받고 싶어 하는 모순된 소비계층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현실의 소비가 가상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현실과 가상이 혼재되는 새로운 소비패턴이 형성될 것이라고 한다.
분명히 모든 것을 개방하고 공유하는 ‘텔-올 제너레이션’(Tell-all Generation)이 소비의 주축을 이룬 계층으로 부상했다. 자신의 일상을 소셜 미디어에 거리낌 없이 올리는 ‘미포머’(meformer)족의 등장이다. 이들은 여가가 더욱 바쁘고,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은 다중인격적 소비가 일반화되어 있다. 삶의 방식이 모바일 오피스를 구현해야 할 만큼 바빠지면서도 동시에 ‘느린 삶’이 모토가 되고, 나이를 잊은 소비 행태도 드러낸다.
무엇보다 이들에게는 ‘경쟁’보다는 ‘공감’이 중요하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공감하거나 공감 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타인일지라도 자신과 코드가 맞으면 감정을 공유하고, 이 공감에 동승한 개인, 기업, 국가만이 살아남는 시대. 그렇기에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이들과 ‘공감’을 느끼려고 애써야한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텔-올 제너레이션’은 개방하되 감추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점이다. 마이크로 블로그들의 활성화 등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지만 동시에 개인정보와 같은 것들은 한없이 감추며 보호하려 드는 것. 소셜 미디어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한편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의 무분별한 확산을 조장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음모론과 과장에 공포심을 느낀다.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넘쳐나기 때문에 발생한 ‘불신’이자 ‘모순’이다. 토끼 두 마리를 잡으려다가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면 그건 바로 불신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성공하기 위해 휩쓸려 느끼는 공감은 필요 없다. 이기심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타인의 마음을 읽고 반응하고 행동하는 공감이 필요하다.
하은선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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