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저도 할머니가 됐네요”
“1974년 취업이민으로 버지니아로 가는 길에 잠시 들렀던 이곳 하와이에서 제가 은퇴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
한인양로원을 찾으면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어머니와 같은 모습으로 노인들과 함께 방문객들을 맞았던 곽숙자 간호사가 20일 35년간 근무를 마치고 은퇴식을 가졌다.
“이승만 박사의 선견지명으로 사탕수수밭 농장 근무 이민초기 할아버지들의 노후를 돌보기 위해 첫 문을 열었던 한인양로원(당시 올드 맨 홈)에 첫 발을 디딘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며 소탈하게 웃음짓는 곽 간호사(사진)의 은퇴식은 그녀의 성격만큼이나 소탈하고 그러나 정감이 넘치는 가운데 치러졌다.
한인기독교회 관계자들과 양로원에서 생활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물론 그 가족들이 함께한 이날 은퇴식에서 가장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은 다름아닌 양로원 거주 할머니 할아버지의 가족들이었다.
이들은 “자식인 나보다 내 어머니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마음을 나누는 분”으로 곽 간호사를 소개하며 “그녀가 떠난 빈 자리는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힌다.
윤삼실 원장도 “‘한결같다’는 말이 바로 저분을 두고 하는 말”이라며 허전한 마음을 다 잡지 못한다. “앞으로 저 분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는 참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양로원에서의 곽 간호사의 그동안의 역할비중을 전한다.
“누군가의 노후생활을 챙기며 난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는데 어느새 저 역시 두 손자의 할머니가 되었다”는 곽 간호사는 “이제부터는 양로원 노인 분들에게 언제나 우선 순위가 밀렸었던 남편과 더불어 함께 여행을 하며 저희부부의 노후생활을 설계해 볼 것”이라고 은퇴 후 6월부터 일정이 잡혀있는 여행 계획을 밝힌다.
“무탈하게 잘 자라 준 아들과 딸 덕분에 변호사 며느리, 의사 사위를 보게 되었다”고 친근하게 웃는 곽 간호사의 모습에서 문득 ‘열심히 일한 당신...’으로 시작되는 어느 회사의 광고 문구가 떠 오른다.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헌신하면 살아 온 당신, 이제 당신의 삶을 위해 떠나라“
<신수경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