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보물
지난 4월 11일 세계가 열광한 사건이 벌어졌다.
스코틀랜드 한 작은 도시의 스잔 보일이라는 47세 미혼 여성이 영국의 장기대회에 출전하여 노래를 불렀다. 그가 무대에 나오자 관중은 물론, 3명의 심판관은 “뭐 이런 여자가 있어?” “제가 노래를 부르면 얼마나 부르겠어?”라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평범하기 보다는 좀 더 못생긴 쪽에 속한 얼굴, 빗었는지 말았는지 모를 머리 모양, 10년 전쯤에나 유행했을 옷을 걸친 펑퍼짐한 몸매. 그런 사람이 어찌 감히 영국의 장기대회에?...
그런데 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심판관들과 관중은 놀랐고, 감격했고, 기립하면서 환호했다.
보잘것없는 그의 모습과는 달리 전혀 꿀림 없이 당당하게 부르는 그의 멋진 노래는 모두를 감동, 또 감동시켰다.
아직도 지구촌 곳곳의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이 장면을 보고 또 본다. (www.youtube.com 에서 susan boyle 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볼 수 있다.) 12살부터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 부르면서 관중 앞에서 독창을 하고, 앨범을 내는 것이 꿈이었다는 스잔 보일은 이제 그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
스잔 보일의 사건은 <미녀는 괴로워>라는 한국 영화를 연상시킨다. 립싱크로 노래하는 미녀 가수를 대신하여 노래 불러주는 뚱보 가수가 미녀 가수의 음반 제작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수술로 미녀가 되면서 벌이는 이야기이다. 외모로 성공할 수 없는 세상을 풍자하지만 결국은 실력으로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책 겉표지로 책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칠순에 손자에게서 배운 한글이기에 철자법은 알지도 못하지만, 홍영녀 할머니가 삐뚤빼뚤 그리다시피 쓴 시들이 1995년에 <가슴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조그만 책자로 출판되었다.
그 책자에 실린 홍할머니의 시들은 정말로 겉표지와 달랐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한다.
<고무신>
뽀얗게 고무신을 닦아
햇볕에 내 놓았다.
어디 가게 되지 않으니
신어보지도 않고
다시 닦게 된다
어디든 떠나고 싶다
스잔 보일이나 홍영녀 할머니 같은 숨겨진 보물들이 많이 발굴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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