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니클 한인사회 공동대응
북가주 일부 한인단체 대표들과 뜻있는 인사들로 이뤄진 한인연대가 SF크로니클지로부터 성노예 일기 시리즈와 관련해 ‘상당폭 시정조치’ 약속을 받아낸 것은 치밀한 사전준비와 상호협조 등 집체적 노력의 결실이다. 또 한인들이 소수계라는 굴레에 짓눌리지 않고 지혜와 열의를 모아 ‘두드리면 열린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체험한 소중한 사례이기도 하다. 사실, 한인들은 그동안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확산시킬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내 일이 아니라고 자기안도에 그치거나 설혹 문제의식이 있더라도 힘없는 우리가 뭘 어떻게 하겠느냐는 자조적 체념에 빠져 수수방관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로니클지의 성노예 일기 시리즈와 관련해 맨 처음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면서 결과적으로 한인들이 체념적 동면상태에서 깨어나오게 한 선봉은 헬렌 김 변호사다. 하버드 출신 2세 변호사인 그는 성노예 시리즈가 극히 예외적인 사례를 반복적 집중적으로 부각함으로써 성노예실태가 한(국)인에 만연된 듯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다는 등 논리전개로 보도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 유미(성노예 일기 주인공)의 사례는 사실 아니냐고 방어막을 친 크로니클측의 허점을 공략했다. 가주국제문화대(IIC)의 이사장을 역임한 김 변호사는 2004년 9월에 표면화돼 1년 이상 끈 IIC사태에서도 초지일관 법과 원칙을 지켜 결국 2005년 10월 법원판결로 IIC가 ‘제자리로 되돌아가게’ 하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50-60대 주축인 IIC이사회가 소송승리 뒤 지난 해 12월 안충승 전 이사장과 구은희 전 부학장 등을 해임하고 가장 나이어린 축인 30대 김 변호사를 이사장으로 선임한 것은 이 사태에서 보여준 김 변호사의 원칙적 자세와 헌신적 열정을 높이 산 것이다.
김 변호사가 켠 횃불을 한인사회에 널리 옮긴 이는 신정은 SF한인회 부회장 겸 문화원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의 저항논리와 움직임을 수시로 본보 등 한인언론사와 한인단체들에 전했다. 조은석 금문장로교회 목사와 한미연합(KAC) 멤버 등 실력파들이 속속 가세함으로써 공동대응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성노예 시리즈 공동대응에서 또하나 특기할 사항은 소위 유지들의 전시용 항의를 지양하고 실제로 얻을 것을 얻어내는 실용적 항의를 위해 진용과 항의논리를 가다듬었다는 점이다. 한인단체장 대표로 김홍익 SF한인회장 대신 정에스라 평통회장이 크로니클 항의방문단에 가세한 것이 한 예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정에스라 (평통)회장이 변호사이고 영어도 잘 하고 하니까 나보나는 낫겠다 싶어서 (정 회장에게) 가달라고 부탁했다”며 “비록 사과문 (게재)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역할분담을 해서 유기적으로 협조해나간다면 ‘우리는 안돼’ 하는 자조적인 체념에서 벗어나 어깨를 펴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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