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가 경찰·공수처에 고발 “서면주의 원칙 미적용…형사소송법 왜곡”
▶ ‘법률심’ 평가기준·’판사재량’ 수사대상 여부·법 소급 적용 등 논란도

(서울=연합뉴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을 뼈대로 하는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공포된 1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3.12
법을 왜곡해 적용하는 판·검사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 법왜곡죄 시행 첫날인 12일(이하 한국시간) 조희대 대법원장이 해당 혐의로 고발당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반부패수사과는 해당 사건을 용인 서부경찰서에 배당했다. 사실상 경찰의 법왜곡죄 '1호 수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병철 변호사는 이날 조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을 법왜곡죄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에 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온라인으로 고발장을 냈다가 이날 경찰에 재차 고발장을 제출했다. 아울러 "경찰청이 수사 의지가 없고 법리 이해가 부족하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도 같은 고발장을 냈다.
이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이 작년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형사소송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은 작년 3월 28일 사건을 접수한 뒤 34일 만인 5월 1일 2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대법관은 이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기 전 주심 대법관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이 수만 쪽에 달하는 사건 기록을 한 달여 만에 다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졸속 재판'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상고심은 1·2심처럼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실심'이 아니라 법 적용과 법리 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으로서, 필요한 기록을 충실히 검토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형사재판에 관여하는 법관이 타인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서면주의 원칙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면주의는 재판을 서면 중심으로 진행해 심리하자는 입장이다.
파기환송 당시 7만쪽 분량의 사건기록을 성실히 검토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위법 상태가 있었고, 관련 재판이 종료되지 않은 만큼 그 부작위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취지다.
법왜곡죄 시행 이전 행위에 소급 적용될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조 대법원장의 위법 상태가 현재까지 이어지는 '계속범'인 만큼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번 고발건이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이 파기환송 당시 형사소송법을 비롯한 관련 법 규정이나 절차를 의도적으로 무시·왜곡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전례가 없는 수사일뿐더러 판사의 재량권을 수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냐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법률심으로서 필요한 기록은 다 들여다봤다는 게 대법원 입장인데, 통상 1심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2심에선 들여다보는 부분이 더 줄어든다. 사실심인 1·2심을 지나 법률심인 3심은 법리오해나 심리미진 등을 중심으로 들여다보는데, 이런 과정을 어떤 기준에 따라 '부족했다'고 평가할지도 관심사다.
설령 법왜곡죄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이미 종료된 재판과 관련한 행위를 계속범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파기환송을 한 시점에 이미 행위가 완료됐다"며 "위법 행위를 한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니 계속범이라는 논리는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해당 고발건을 이 변호사 주소지가 있는 용인 서부경찰서에 배당한 상태다.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재배당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언론 공지를 통해 "향후 관련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판사가 공수처 수사 대상에 속하는 만큼 공수처가 사건을 넘겨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 사건에 대해 공수처가 이첩을 요청하면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
공수처는 대법원의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과 관련해 이미 조 대법원장에 대한 다수의 고발건을 접수해 수사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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