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름여 뒤 미중정상회담… “과잉생산·강제노동 조사, 중국이 분명한 목표”
▶ 트럼프, 방중서 중국에 미국산 대두·항공기 수출 확대 등 관철 절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오른쪽)[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중정상회담을 보름여 남긴 시점에 상호관세 대체를 위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미중관계에 대한 이번 조치의 시사점이 관심을 모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좌를 앞두고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을 촉발했던 301조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면서 정상회담에서의 협상력을 키우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11일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과잉 생산 및 생산역량'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국가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15개국과 유럽연합(EU)이다.
강제노동으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60개국 정도의 국가에 대해서도 별도의 무역법 301조 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어느 나라가 대상인지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과잉 생산과 강제노동을 조사의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이번 조사의 최대 타깃이 중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대표적 대미 무역 흑자국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로 대미 의존도를 줄이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지난해에는 교역 다변화로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거론해왔다.
강제 노동 역시 미국 행정부가 중국 정부를 상대로 거듭 문제 삼아온 사안이다. 미국은 중국 당국이 위구르족을 비롯한 무슬림 소수민족을 탄압하며 강제노동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비난해왔으며 중국은 이를 부인해왔다.
정치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댄 왕 중국 국장은 미 경제매체 CNBC에 미국의 무역 파트너 여럿이 조사 대상이 됐지만 과잉 생산과 강제 노동 사안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볼 때 중국을 분명한 목표로 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직전 바이든 행정부를 포함한 과거 미국 정부에 비해 다른 나라 인권 문제에 덜 관여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트럼프 행정부가 '강제 노동'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고 나선 것은 '관세 부과'라는 당면 목표와 함께, 중국에 대한 지렛대 확보라는 또 다른 목표가 내포돼 있을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 측면이 있다.
미중정상회담을 3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개시된 무역법 301조 조사가 강제 노동 문제를 겨냥한 것에는 이 문제를 대중국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돼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은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로 발표된 상태다. 지금으로서는 방중 기간 이뤄질 미중정상회담에서 경제·안보상의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보다는 무역 휴전을 연장하는 선의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정권 후반기 2년간의 의회 지형을 결정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번 방중에서 성과를 낼 필요가 절실해 보인다. 중국과의 무역 휴전 연장 이외에도 중국의 미국산 대두 및 항공기 수입을 늘리고 중국 당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제어하는 등의 성과가 필요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무역법 301조 조사와 그에 따른 추가 관세 등의 조치를 통해 연방대법원이 위법으로 판결한 상호관세의 공백을 메우겠다고 선언한 터라 이번 조사 개시 발표는 예고된 수순이기는 하지만 미중 정상회담 시점과 맞물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협상 카드를 추가하게 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1기 행정부 시절인 2017년 8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 중국의 무역관행 조사 개시를 명령했으며 이듬해 3월 중국산 수입품에 대대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무역전쟁에 불을 댕겼다.
이후 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지난해 10월 미국은 합의 이행 여부를 조사하겠다며 또다시 무역법 301조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부산에서 회담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라 당시에도 협상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단 중국 당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에 반대하면서도 비교적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 궈자쿤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각종 형태의 일방적 관세 조치에 반대한다"면서 "이른바 '과잉생산'은 거짓 명제이며 중국 측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기는 했지만 더욱 강경한 표현은 삼가며 미중 정상회담 목전의 충돌을 피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미중정상회담때까지 남은 기간 나름의 대응 논리와 맞대응 카드를 중국도 준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부당하고 차별적으로 여기는 무역관행에 관세 부과 등으로 대응할 권한을 미국 행정부에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 징수를 위법으로 판결하자 일단 무역법 122조에 따라 10%의 관세를 전세계에 부과하고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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