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부자이든 가난하든, 행복하든 불행하든 간에 탄생하는 시간부터 생명의 기차에 올랐으며, 도중하차하는 사람도 가끔 있지만 몇 호 차를 탔건 종점에서 모두 내려야 한다. 그런데 이 예고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죽음이 있음에도 어떤 이는 몇 백년을 살 사람처럼 행동하며 지내는 사람도 가끔 있다.
누가 얘기했듯 남의 장례식에는 늦어도 자기 장례식에는 늦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때 무엇을 관에 넣어 가고 싶으냐는 질문을 몇 년 전 뉴욕의 한 미국방송에서 했는데 많은 여자들은 심심할 것 같아서 핸드폰을 가져가고 싶다고 했고, 남자들은 많은 숫자가 텔레비전 리모콘을 가져가고 싶다고 했는데, 그것은 아이들이나 마누라가 항상 컨트롤하는 텔레비전을 그곳에 가서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으면 해서라고 했다.
또 보스턴에 살던 토니라는 사람은 자기가 항상 아끼던 차를 죽을 때 가져가고 싶다고 유언장에 써서 소원대로 바닷가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자동차에 탄 채 관을 묶어서 바다에 수장을 했다고 한다.
또 한국에서 한 사람은 죽을 때 자기 반지를 꼭 함께 묻어달라고 했다는데 사연인즉, 일찍 부모를 잃었으나 부모 같은 큰 형님 부부는 시골의 가난한 농촌생활이지만 빚을 내가며 막내 동생을 대학까지 공부시켰다. 그리고 그 가난한 살림에 막내 동생이 결혼을 한다고 하니 무언가 해주고 싶어 걱정을 무척 한다. 결혼식날 주례 선생님의 말씀이 “이 신랑 신부의 반지는 형님과 형수님의 사랑과 희생의 징표입니다. 반지 살 돈이 없어 형님은 두 분의 결혼 반지를 녹여서 신랑 신부의 반지를 만들었습니다” 라고 하여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한다. 물론 그 후 이 젊은이는 성공하여 형님네와 조카들을 많이 도와주었다고 한다.
어떤 미국사람은 농담으로 “내 돈 못 가져가면 나 절대 안 갈 거야”라고 해서 한바탕 웃고 마는데 어떤 이는 “요즘은 장례비나 묘지 값이 워낙 비싸 돈 많이 벌어놓지 않으면 아무 때나 죽을 수도 없다”고 얘기한다.
인생은 어쩌면 사는 것이 아니고 밀려서 살아지는 것이 아닐는지. 어떤 부귀영화도 잠시 누리고 떠남을 이 우매한 인간은 왜 미리 알지를 못할까. 오늘 우리에게 신이 천년을 빌려준다고 해도 인간은 어리석어서 떠날 때는 역시 후회할 것만 같다.
어떤 이는 죽을 때 홀인원 한 골프공을, 어떤 이는 실제로 골프채를 관에 넣은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러면 당신은 어떤 것을 갖고 가고 싶으신지요?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 추억 한 아름 안고 떠나는 인생. 그저 살아있는 동안 좋은 것, 소중한 것, 사랑할 것 느끼고 만지면서 건강하게 살면 행복하겠고,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얻고 가야할지 결정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라 해도 건강과 좋은 친구,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면 꿈과 행복이 모두 찾아오지 않더라고 그들과의 멋진 오늘이 있어 세상을 역시 살아볼 만한 곳이다.
이혜란/워싱턴 문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