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음악실력은 음치에 가깝다. 우리세대는 한국의 험난한 현대사를 몸으로 겪으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음악시간을 제대로 가져보지 못했다. 그래서 악보를 제대로 이해하는 학생이 드물었다. 나도 그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나도 음치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교회를 다니고 부터는 음악 실력이 약간 달라진 것 같다. 왜냐하면 찬송가를 부르면서 스스로로 악보를 보는 공부를 어깨너머 하였기 때문이다. 매주일 마다 올라가고 내려가고 그리고 짧고 긴 음을 흉내내는 연습을 함으로써 나도 모르게 음악실력이 약간 향상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부터인지 찬송가를 부르는 시간에 나도 모르게 조금 큰소리를 내어 부르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찬송가를 큰소리를 내어 부를 때면 옆에 있는 아내는 나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쿡 찌른다. “그 실력가지고 왜 그렇게 큰 소리로 부르느냐” 하는 의미이다. 내 딴에는 이 정도면 괜찮은데 하는 생각을 가지고 부르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자신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와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객관적인 평가는 다를 수 있다. 어느 것이 더 정확한 것인가 하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후자일 것이다.
언제인가 한국 비디오 테입을 빌려서 보는데 한국의 유명 테너가수가 사회자와의 대담에서 아주 인상적인 말을 하였다. “나는 직업적으로 노래를 하는 사람이지만 어떤 때는 노래가 잘 안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목청을 다시 가다듬고 힘을 빼고 노래를 하면 노래가 한결 잘 됩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힘을 빼고 노래를 한번 해보십시오.” 나는 이 말을 듣고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나 혼자서 힘을 빼고 노래를 부르곤 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노래가 한결 부드러우면서 잘 되었다. 그후부터는 찬송가를 부를 때나 유행가를 부를 때는 가능한 힘을 빼야지 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우리는 힘을 빼고 살아가야 할 때가 많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너무 힘을 주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조용히 이야기를 해도 되는데 큰 소리를 친다던가, 초가을 비가 오는데도 음악회에 밍크코트를 입고 온다던가, 손아래 사람들에게 권위를 세우기 위해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의 경력을 되풀이하면서 이야기한다던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산이 얼마인데 하면서 아무에게나 이야기하면서 다닌다던가, 의료보험이 없어 병원에 갈 때면 절절 매면서 벤츠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다닌다던가, 전문분야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자기의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 아무에게나 반말을 한다던가, 자기를 모르면 이 지역 사람이 아니라고 공공연히 큰소리 친다던가 등등 이 모두가 너무 힘을 주면서 살아가는 부정적인 단면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힘을 지나치게 주면서 노래를 부르면 노래가 잘되지 않는 것처럼 삶에 있어서도 너무 힘을 주는 행위를 하면 삶이 부드럽지 못할 것이다. 나처럼 음치에 가까운 사람들은 힘을 빼고 노래를 한다면 노래가 한결 잘 되리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들은 속일 수 있지만 나 자신만은 속이지 못한다. 불란서의 과학자이면서 철학자인 깨스롱 바헤라르(1884-1962)는 이렇게 말했다. “참다운 삶을 살려고 하면 겸손하여야 한다. 자기의 삶을 너무 화려하게 포장하려고 하면 그는 더 이상 참다운 삶을 살수가 없다.” 우리 한인사회에서 한번쯤 생각하여 볼 말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도진호 <베데스다, MD>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