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본사 주필
팔루자에서 4명의 미국인이 이라크인들에 의해 살해된 뒤 사체가 거리에서 매달려진 끔찍한 사건을 비롯해 무려 지난 한달 동안 미군이 115명 죽고 560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는 이라크 침공 때 입은 전체 미군피해를 능가하는 숫자다.
바그다드 점령 이후 지금까지 집계된 미군 전사자는 총 695명이며 연합군까지 합치면 800여명에 이른다. 문제는 이같은 미국인의 엄청난 희생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사태가 점점 혼미를 더 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6월30일까지 이라크 민간인 정부에 정권을 이양해 주기로 되어 있지만 정권을 인수받을 사람이 없다. 그냥 나몰라라하고 미군이 철수하면 이라크는 내전에 휩싸이게 되고 잘못하면 친알카에다 세력이 정권을 잡게돼 전쟁을 안한 것만 못하게 된다. 손 털고 나오자니 야반도주하는 것 같고 계속 머무르자니 미군 피해가 엄청나 부시가 스스로 낙선운동을 하는 셈이 된다. 한달 전비가 40억달러다. 어찌할 것인가.
미국 대통령이 전쟁을 수행할 때 거기에 따르는 필수조건은 국민의 성원이다. 국민의 성원 없이는 장병들이 사기가 떨어져 전쟁을 할 수가 없다. 미군 사망자가 늘면 다른 군인가족들도 동요돼 지역 국회의원에게 미군철수를 탄원하게 되고, 이 숫자가 늘면 국회의원도 자신의 재선을 생각해 의회에서 철군을 주장하게된다. 국회가 전쟁을 반대하는 한 대통령도 어쩔 도리가 없다. 이것이 미국 시스템이다.
요즘 미국에서는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잘못 시작한 전쟁”이라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엊그제 미군 사체에 대비하기 위해 수많은 성조기가 덮인 관을 준비하는 모습이 신문과 TV에 비치자 군인가족들이 크게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미군 사망자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패트롤하는 보병들을 보호할 탱크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미군증파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기갑부대를 더 보내 순찰미군을 저항세력의 공격에서 보호하자는 뜻에서다. 펜타곤은 바그다드를 점령하자마자 자신감에 취해 400대의 탱크중 70대만 남겨놓고 다 미국으로 돌려보냈다. 사막전쟁에서는 경보병사단이 최고라는 잘못 판단한 것이다.
애당초 부시가 착각했던 것은 후세인이 무너진 후의 상황전개다. 미군이 바그다드에 진주하면 억압에 시달리던 시민들이 미군을 손 흔들며 환영할 줄 알았고, 자유를 찾은 재야세력이 적극적으로 미군행정에 협조할 줄로 착각했다. 지금 이라크에서는 미군에 협조하는 자는 반역자 취급을 당한다. 예로 팔루자에서 미국인 4명이 무참히 살해되자 미군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새로 조직한 이라크 보안군과 함께 팔루자시를 포위하고 거점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라크 보안군은 공격 전날 봉급을 받자 밤사이 모두 도망가 버렸다. 미군은 언어불통 때문에 민간인이 많은 팔루자를 공격할 수가 없었다.
미국이 뒤에서 새 정권을 조정하는 식의 이라크 통치는 결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미군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저항이 범국민적 차원으로 번지고 있고 미군이 더 오래 주둔하면 아랍인 전체가 미국을 증오해 어떤 결의를 할지 모르는 것이 요즘 상황이다.
부시는 어떻게 하든지 승자의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 철수하려고 하는 모양인데 이젠 국민들에게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잘못된 판단이 있었다는 것을 솔직히 시인하고 과감하게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할 때다. 지금 타이밍을 놓치면 생색도 못 낼뿐 아니라 러시아 침공에 실패한 나폴레옹 군대처럼 비참한 모습으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4월은 미국에게 있어 너무나 잔인한 달이었다.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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