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4월. 전국적으로 이상기온을 보이더니 베이 지역도 봄인지 겨울인지 알 수가 없다. 낮에는 햇볕이 내려 쬐고 밤이 되면 쌀쌀한 바람이 불어 대고.
4월, 몇년전 친구들과 유럽여행 갔을 때가 생각난다.
오랜 기간을 이곳에서 살아왔음에도 4월이라면 봄이라는 생각으로 유럽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벼운 봄옷을 준비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단 한 벌의 겨울 외투를 준비하였는데, 파리와 암스테르담에서 내내 그 옷 한 벌을 입을 줄이야.
암스테르담과 파리를 간다는 기대로 비행기표를 사놓고 떠날 때까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모른다. 한 친구는 몇 권의 여행책자를 사서 파리와 암스테르담의 명소를 익히고 한 친구는 미술관에 가서 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할 거라고 몇 달 동안 서양미술사를 읽기도 했다. 짐을 많이 가져가면 짐을 찾을 때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그 시간도 아끼려고 우리는 9박 10일을 계획하면서도 달랑 1개의 가방만 준비했었다. 그것도 비행기안에 들고 들어 갈 수 있는 작은 것으로.
정작 중요한 날씨는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봄 옷 몇 벌만 준비해간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추운 날씨로 인해 색깔 좋은 화사한 봄옷은 입어보지도 못하고 단 한 벌의 외투로만 열흘을 버텨야했다. 파리에서는 너무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워서, 티셔츠로 목을 감싸고, 허리에 두르고 다니기도 했다. 암스테르담에서도 파리에서도 비까지 와서 우리를 떨게까지 만들었다.
여행, 더구나 새로운 곳을 밟는다는 게 얼마나 신기한지, 추워서 티셔츠로 여기저기를 감싸고, 세 사람이 우산 하나를 받쳐들어 옷을 적시고, 배까지 곯았는데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남겨졌다. 그때의 그 여행이 너무도 좋아서, 암스테르담과 파리가 잊혀지지 않아서, 친구와 나는 다시 유럽여행을 위해서 적금을 부었다. 그러나 작년에 그 적금을 탔는데도 우린 아직 유럽 여행을 계획하지 못하고 있다. 서로의 일정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4월을 피하고, 여름도 피하고 겨울도 제외시키니, 몇 달 남지 않는데 또 세 사람이 가능한 시간을 만들려니 말이다.
작년부터 올 초까지 내내 그 일정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는 전쟁이 나고 여기저기서 반미를 외치니, 솔직히 겁이 나서 유럽 행이 주저해진다. 이러다가 영영 유럽 행이 좌절 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때가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었는데, 요즘같이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SARS의 공포로 여행을 자제하라고 하니 그래도 그때가 좋은 세상이었던 것 같다. 다시 한번 좋은 세상이 와서 내게 또 한번의 진한 추억을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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