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반위 요정의 환상적 연기. 이어지는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
예술적 표현과 스케이팅 기술이 어우러져 탄성과 감동을 빚어내는 피겨스케이팅은 동계올림픽의 꽃중의 꽃이다.
그러나 혼신을 다해 연기했다는 스케이터의 희열과 잠깐 넋을 놓고 연기에 매료됐던 관중들의 감동도 이 정도에서 대충 자제하는 것이 현명하다. 추악한 심판 판정에 코를 싸고 기분을 잡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나고 ‘논공행상’에서 항상 문제가 터지듯 올림픽 경기, 특히 심판들의 채점에 주관이 크게 작용하는 피겨스케이팅이 이상한 심판판정으로 훼손돼왔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심판매수나 거래 의혹까지 제기돼 피겨스케이팅이란 스포츠의 크레딧이 위협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올해 동계올림픽도 피겨스케이팅에서의 심판판정 시비가 예상할 수 없는 파괴력을 지닌채 에스칼레이트 되고 있다. 지난 11일 열렸던 페어 피겨스케이팅에서 캐나다의 제이미 세일- 데이빗 펠레티조가 러시아의 엘레나 베레즈나야-안톤 시카룰리제 조 보다 나은 경기를 펼쳤다는 ‘전문가 및 관중채점’에도 불구하고 정작 ‘심판 판정’에서는 은메달에 그쳐 의혹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14일 이 경기 심판중 한명인 프랑스의 마리 렌느 르 군느는 ‘러시아에 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받았다’고 고백, 이번 사태는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최대의 스캔들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피겨스케이팅의 한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14일 LA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르 군느는 문제의 경기 후에 가진 심판미팅에서 이같은 폭로를 했다는 것. 르 군느는 심판미팅에서 미국심판 론 페닝이 "판정결과가 공평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말했을 때, 자신도 캐나다팀의 연기가 러시아보다 완전했다고 생각했으나 "프랑스 피겨스케이팅 협회로부터 러시아의 엘레나-안톤조에게 표를 던지도록 지시받았다"는 말로 호응했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미국심판 페닝은 국제스케이팅연맹(ISU) 회장 옥타비오 신콴타에게 보고서를 보냈고, 공식적인 조사가 뒤따랐다. 그러나 소환된 르 군네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을 뺐다.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프랑스 피겨스케이팅 연맹 회장 디디에 가이아귀에는 기자회견을 갖고 르 군네가 압력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확인해 주었으나 연맹이 관련돼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는 "심판 주변 인물들이 올바르지 못한 행동으로 정직하고 공정하나 심약한 심판이 프레셔를 느끼도록 했다"며 "르 군네는 심약한 사람으로 어느 정도 조종당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이어 피겨스케이팅의 추악한 이면이 또 다시 드러난 셈이다. 나가도 때는 우크라이나 심판이 편파판정으로 2년 자격정지를 받았고, 심판들이 정치적 이유등으로 가까운 국가의 심판들과 표를 거래한다는 의혹이 무성했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한편 ISU에 조속히 대응할 것을 촉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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