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이다.
한국은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지만 미국에서는 휴가철인 여름을 독서의 최적기로 꼽는다.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여행객들의 배낭속에는 늘 책 한권의 자리는 비어있기 마련. 미국의 서점들은 여름에 임박하는 6월부터 각종 서적세일 시작하며 고객유치에 전념하고 있다.
독서층이 꾸준한 한인 서점가는 계절의 변화가 판매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 편. 한인타운 서점들은 회원제를 실시해 단골 고객에게 정기적으로 신간 안내와 할인 혜택까지 제공한다. 대부분 5달러로 회원에 가입하면 책을 살 때 15%, 경우에 따라서는 40%까지 할인받는다. 우편 주문일 경우는 무게에 따라 다르지만 책 한권에 4달러25센트(소설 2권이면 4달러50센트)정도.
한동안은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으로 한국 서점에서 직접 베스트 셀러 또는 신간안내를 받아 책을 주문하는 한인들도 많았으나 요즘은 LA 서점들과 한국 서점가의 서적 확보를 위한 시간적 차이가 크지 않아 인터넷을 이용하는 독서인구가 많이 줄었다는 것이 서점가의 설명이다. 한편 LA 샘터서림의 인터넷서점(www.presssunion.com)의 경우, 일반 소매는 물론이고 도매까지 담당해 한국에서도 직접 이용할 정도로 서적 유통 기간이 빠르고 편해졌다.
요즘 서점가에서는 한동안 사라졌던 서정소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오고 있다.
장편소설 ‘열한번째사과나무’(생각의 나무), ‘눈물꽃’(은행나무), ‘사슴벌레여자’(이룸)등이 대표적인 작품들. 한국내 서점마다 6월 마지막주 베스트셀러 2~3위에 올라있는 이종범의 ‘열한번째사과나무’는 열여섯살에 만난 한 소녀를 끝까지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로 여주인공은 창백한 얼굴에 가녀린 손목으로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통속소설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문체가 매우 아름답고 서정적이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7월에 나온 김민기의 ‘눈물꽃’은 무명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22만부나 팔려나가 현재까지 22쇄를 찍어내는 대히트작이다. 아버지 잃은 슬품을 달래던 소녀가 바닷가에서 만난 남자와 나누는 사랑의 이야기지만 치밀한 스토리 구성과 서사적 구조, 감성과 전달력이 뛰어나다. 윤대녕의 ‘사슴벌레여자’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가 길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와 동거를 시작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일반 연애소설이지만 사이버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나는 누구인가’를 일깨워주는 소설.
이 밖에도 소설류는 대통령 아들덕(?)에 남다른 세파를 맞았던 ‘58년 개띠’ 동창생 4명의 인생유전을 통렬하고 재미있게 그린 은희경씨의 ‘마이너리그’(창작과 비평사)와 200년전 의주의 거상 임상옥을 등장시켜 한국기업에 신철학을 제시하는 최인호씨의 ‘상도’가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부정의 대명사인 가시고기를 빗대어 아버지 사랑을 보여주는 조창인씨의 ‘가시고기’(밝은 세상)도 1년여 동안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고 6·25를 맞아 20세기 넋들을 불러내 넋 굿을 하며 이념 문제를 재조명해본 방북작가 황석영씨의 ‘손님’(창작과 비평), 장샘의 역사소설 ‘칭기스칸’(새천년출판사)도 인기다.
비소설류에서는 현기증 나게 돌아가는 현대에서 느림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피에르 쌍소의 수필집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동문선)과 6개월여 동안 꾸준히 팔려나가는 스펜서 존슨의 수필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진명출판사)와 처세술을 담은 ‘부자아빠가난한아빠’(황금가지)등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다.
또 가슴에는 용기를, 입가에는 웃음을 전달해 주는 책이라는 호평을 받는 ‘블루데이북’(Blue Day Book)도 볼만한 책이다. 브레들리 트레버그리브의 수필인 이 책은 너무나 인간적(또는 동물적)인 동물사진과 상큼한 짧은 문장이 짝을 이룬 독특한 사진 에세이집이다. 표정도 재미있고 설명도 기발하다. 이 밖에도 한용상의 ‘교회가 죽어야 예수가 산다’(책출판해누리기), 김성혜의 ‘서울대보다 하버드를 겨냥하라’(물푸레), 로라도일의 ‘아내여 항복하라’(그린북)등이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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