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은 정보기술(IT) 변천사에서 협력자와 숙적 관계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오갔던 사례로 꼽힌다. 애플은 구글 설립 초기 공동의 적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항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격돌하며 적대적으로 맞서게 됐다. 당시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구글을 향해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 구호는 헛소리(bullshit)”라고 독설을 날리기까지 했다. 구글이 자사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첫 스마트폰 ‘넥서스 원’을 출시하자 창업 모토까지 공격하며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애플은 잡스 사후에도 팀 쿡 CEO가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 업체를 상대로 전 세계에서 법정 공방을 벌이며 긴장 관계를 이어왔다.
■그랬던 애플이 자신의 심장에 구글의 인공지능(AI) 모델인 ‘제미나이’를 이식한다. 자사의 차세대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가동하기 위해 영원한 숙적의 두뇌를 빌려 쓰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애플은 자사 운영체제인 ‘iOS’ 중심의 폐쇄적 생태계를 줄곧 고집했다. 스마트폰과 PC 등 애플 하드웨어 디바이스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까지 한꺼번에 통제하는 방식으로 ‘록 인(lock-in)’ 생태계를 만들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제휴는 애플이 AI 부문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평가된다. 구글 입장에서는 전 세계 20억 명에 달하는 애플 아이폰 사용자를 통해 AI 영향력을 더욱 극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양 사가 서로의 이해관계가 걸린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적과의 동침’까지 불사한 셈이다.
■IT 업계에서는 “졸면 죽는다”는 말이 회자된다. 그만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고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생존조차 보장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글로벌 산업 지형은 이미 AI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무한 경쟁 시대로 접어들었다. 기술 혁신과 전략적 동맹이 없다면 언제 어떻게 도태될지 알 수 없다. 오죽하면 자존심이 세기로 유명한 애플까지 구글의 손을 먼저 잡았겠나.
<김정곤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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