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 원유, UAE 유조선 이용해 복잡한 경로 거치며 ‘원산지 세탁’
▶ WP “원산지 다른 원유 섞어 저장 후 판매…러 원유 다량 유입된듯”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서 금수 조치된 러시아산 원유가 복잡한 우회 경로를 거쳐 미 국방부에 납품된 정황이 포착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 공개 선적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금수 제재 이후에도 러시아산 원유가 그리스 정유사를 통해 정제과정을 거쳐 미 국방부에 항공기 및 선박용 연료로 납품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특히 제재 밖의 국가들 소유의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이용해 제재를 피해가는 여러 차례의 세탁 과정을 거치며 교묘하게 제재 그물망을 피해간 것으로 드러났다.
WP에 따르면 올해에만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로즈네프트의 원유가 최소 5대의 아랍 에미리트 국적 유조선에 실려 흑해에서 튀르키예 도르티올 항구로 이동했다.
해당 원유는 튀르키예 국영 석유회사에 판매돼 다른 여러 나라의 원유와 함께 섞여 저장된 후 그리스 정유사 모터 오일 헬라스에 납품된 것으로 보인다.
모터 오일 헬라스는 미 국방부 납품업체 가운데 하나로, 국방부는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 이후 대체선으로 그리스 정유사 비중을 크게 늘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서방의 금수 조치에 따라 그리스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인도·중국과 함께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튀르키예로의 이동은 가능하다.
WP는 "정확하게 얼마나 많은 양의 러시아산 원유가 모터 오일 헬라스에 납품됐는지 밝혀내기는 쉽지 않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각기 다른 원산지의 원유를 섞어 저장해 판매하는 업계 특성상 다량의 러시아산 원유가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3월부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러시아산 원료 비중이 높은 유럽연합(EU)은 지난 2월부터 제재에 동참했다.
WP는 지난 2월 이후 러시아에서 도르티올 항으로 이동한 석유는 270만 배럴로, 해당 기간 전체 원유 물동량의 69%에 달한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도르티올항에서는 700만 배럴의 원유가 세계 각국으로 이동했으며, 이 가운데 420만 배럴이 모터 오일 헬라스로 들어갔다.
이 기간에 모터 오일 헬라스는 미 국방부를 비롯해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 영국에 100만 배럴 이상의 항공기 및 선박용 연료를 납품했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 원유가 그리스 납품업자에게 흘러들어간 것과 관련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며 "러시아 및 러시아 기업들과 관련한 규정 및 제재를 준수할 의무는 전적으로 납품업체들에 있다"고 밝혔다.
모터 오일 헬라스는 "러시아 석유 제품을 구입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추가적인 검증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고, 터키 당국은 해당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WP는 덧붙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원유를 포함한 서방의 각종 제재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으며, 이를 피해가기 위한 우회로를 모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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