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무리 속에 황금빛 반짝이는 잎새들/ 강바람에 흐느적거리는 미류나무 길을 걷는다/낮은 곳에서 시작한 고단함 속에서/ 숨차게 달려온 지난날 존재의 여백을/ 가슴으로 새기고 안으로 새겨 넣은 표지/ 나이테처럼 내 생존의 세월이여
세월의 무늬와 삶의 무게와 언어들/ 기울어진 황혼에 물들어가는 내 모든/ 생애의 흔적은 그리로 가서 묻히리/ 노년에 지는 석양노을이 슬프다/ 젊은 날 어둠속에 반짝이던 샛별같은 사념이여/ 헛되이 살아가는 길 끝이 있겠거니 하며/ 여기까지의 눈앞에 펼쳐놓은 채색의 형상들이/ 하늘 끝자락을 채우는 핏빛 물결처럼 보이네
아! 만상의 생명이여 어디로 가는가/ 녹색이 흔들리고 빛살이 부셔지는 미풍에/ 고지새 찾아들고 매미우는 청량한 소리/ 내 무상의 상념을 깨뜨리지마라/ 미류나무 길 둔덕아래 그늘진 곳에 앉아서/마지막 색감을 풀어 채색하는 노을의 캔버스/ 강하구 피안을 지그시 바라보네
살아온 모든 세월이 서서히 있는 대로 모두/ 어둠에 묻혀지는 삶의 아쉬움과 그리움/ 가슴에 묻어둔 사랑과 슬픔 하나쯤 왜없을까만/ 백거이 시인이 읊은 장한가/ 당나라 현종이 그리워했던 정인 양태진(양귀비)/ 목맨 양귀비의 비애가 오로지 사랑만이었을까?
모든 것이 거기 한 곳에 묻혀지는 운명이여/ 이제는 무상의 노을이 슬프다/ 아아, 끝의 암흑이 따라오는 저녁나절 이내/ 이 생령이 유체이탈하는 밤길을 동행하려나
<
박사농/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