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중후장대’(重厚長大).
경제 개발이 한창이던 시절 한국 산업의 특징을 말하는 게 아니다. 지난주 상하이에서 막을 내린 ‘제1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를 둘러본 느낌이다.
필자는 중국이 올해 들어 가장 공을 많이 들인 행사라는 국제 수입박람회를 현장에서 체험했다. 지난해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일대일로(一對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회의에서 처음 제안한 이래 자국과의 교역에서 적자를 보는 나라들을 대거 참가시킨 박람회였다.
수입박람회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는 숫자에서도 확인됐다. 상하이국가전람센터에 축구장 35개를 합친 것보다 큰 30만㎡의 공간을 마련했다. 글로벌 500대 기업 중 200여개사를 포함해 3,600여개사가 참가했다. 중국이 초청한 바이어만 15만명이었고 내방객은 45만명이 넘었다. 우리 기업들은 무역협회가 모집한 186개사와 개별 참가 기업을 합쳐 모두 270여개사가 참가해 기업 수에서 일본 다음을 기록했고 규모 면에서는 일본·미국·독일·홍콩에 이어 5위였다.
한국 주관기관인 무역협회는 박람회를 준비하면서 무수한 어려움을 극복했다. 주최 측은 참가업체를 모집하거나 전시부스를 할당하면서 지나치게 형식을 중시해 우리를 진땀 나게 했다. 시 주석이 개막식에 참석하면서 출입관리와 스케줄, 참가기준은 매일 요동쳤다.
이런 모든 문제가 협회에 집중됐으니 수시로 준비상황을 보고받는 필자의 마음은 타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협회가 업체 정보를 담은 웹 디렉터리를 중국인들이 애용하는 QR코드와 연결해 현지 언론에 홍보한 덕분에 한국 기업들의 부스는 발 디딜 틈이 없었고 그간의 스트레스도 단숨에 날아가 버렸다.
미중 통상분쟁의 영향으로 한국의 무역 전선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지난 2014~2016년 중국 경제가 침체했을 때 한국의 중국 수출도 급감했고 2016년 말부터 중국의 경제 회복과 함께 수출도 증가해 한국 수출의 중국 의존도가 30%에 이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미중 무역갈등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2010년 중국이 상하이 엑스포를 개최할 때 필자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무역정책국장으로 엑스포를 준비했다. 당시 선진국들은 5년 주기의 등록 엑스포 사상 개발도상국이 개최하는 첫 번째 엑스포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중국은 상하이 엑스포를 사상 최대 규모로 운영했고 이를 통해 국가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중국은 이번에 수입박람회를 거창하게 준비했다. 부디 이 박람회가 외형만 번지르르한 행사가 아니라 시 주석이 개막연설에서 천명한 대로 개방형 시장경제로의 변화를 시도하는 진정한 수입박람회가 되기 바란다.
그래야 박람회에 참여한 우리 기업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아픔에서 벗어나 유망 시장 중국에서 미래를 같이 설계하는 신뢰 파트너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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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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