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신문에서 ‘현대차와 삼성전자도 떨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다. 중국의 눈부신 도약으로 한국 기업을 맹렬히 추격한 것을 두고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표현을 썼다. 최근 사흘간 뉴욕에서 ‘블록체인 컨센서스’에 참석했다. ‘열심히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플로베르의 말이 실감 난 행사였다. 세상은 저절로 변하는 게 아니라 열심히 생각하며 사는 자들이 지속적인 노력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트코인에서 시작해 진화를 계속하고 있는 블록체인이라 불리는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전 세계로부터 2,700여 명을 불러 모은 행사였다. 불록체인은 가상 화폐로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을 막는 기술이다. 공공 거래 장부로도 불린다. 기존 금융 회사의 경우 중앙 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하는 반면, 블록체인은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 주며 거래 때마다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는 방식을 사용한다. 블록체인은 대표적인 온라인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에 적용되어 있다.
첫 오프닝으로 ‘전 세계로(Going Global)’라는 주제 아래 중국의 완치앙(Wanxiang)그룹 CIO, 호주의 디지털 화폐협회 CEO, 유럽위원회 혁신 및 창업 부장, 인도 지방 도시 안드라 프라데쉬 정부가 주도하는 핀테크 밸리 CEO 등이 참석해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완치앙 그룹은 중국의 최대 자동차부품업체로 2014년 매출액 규모로 보자면 삼성그룹의 5% 정도 되는 규모다. 그 CIO는 2,000여 명 앞에서 당당히 그들이 계획하고 진행해 온 일과 앞으로의 포부를 말했다. 블록체인의 중요성을 인식해 미국의 MIT와 공동 연구 협약을 맺고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와 함께 ‘스마트 도시’ 건설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에너지 효율성뿐 아니라 모든 환경의 최적화를 도모하려 한다고 밝혔다.
수학자나 컴퓨터 프로그래머도 아닌 내가 개인적으로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관련된 기사나 서적을 찾기 시작한 것은 한국이나 내가 출장을 다닌 나라들의 문제의 근원인 부정부패와 싸울 수단이 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현금 비중이 높고 부정부패가 높은 인도가 개혁 의지를 가지고 디지털 경제와 블록체인을 추진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토지나 부동산의 부당한 취득이나 축적을 구조적으로 못하게 되어있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거래 기록은 개혁의 의지를 가진 동유럽의 조지아는 올봄에 이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하지만 그보다 2년 전에 추진했던 온두라스는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에서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투명성을 뒤늦게 인식한 부패한 정치인과 관료들이 막아 실패했다.
이번 행사에서 젊은 한국인들 몇 명을 보았다.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Cryptocurrency)’를 거래하는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 중 한 명이 최근에 경기도에서 블록체인을 직접 민주주의에 이용한 첫 사례가 나왔다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블록체인 기술을 농특산물 품질관리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내 조국 한국에서도 작은 움직임이지만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에 가슴이 벅차다.
이런 움직임들이 모여 사회의 큰 변화를, 희망과 기쁨에 찬 삶이 가득한 사회를 이루어 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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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정/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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