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달력을 들치며 이 해도 다 저물어 가는구나 하고 중얼거렸는데 벌써 12월 중순이니 너무도 빨리 흘러가는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머지않아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겠지... 흰 눈과 함께 그려지는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어릴 적 추억 속에서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내 마음을 아직도 설레게 한다.
크리스마스 새벽이 되면 각 교회 성가대원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부르던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찬송소리가 내 귀에 아직도 쟁쟁히 들린다. 잠자다 노래 소리를 들으면 벌떡 일어나 눈을 비비며 뛰어 나가던 그때가 그리워진다.
딸과 아들이 어릴 때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했던 일도 떠오른다. 진짜 산타할아버지가 있는 줄 알고 머리맡에 베갯잇을 걸어 놓고 잠든 아들과 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혼자 미소를 지었다. 선물을 사서 자동차 트렁크에 넣어 놓았다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아이들이 잠든 후 선물을 포장해 머리맡에 놓아두며 그 순간에 느꼈던 두근거림이 지금도 그리워진다.
여러해 전, 가족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려고 쇼핑몰에 가서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오는 귀에 익은 캐롤 소리를 들으며 사람들 틈에 끼어 즐겁게 걸어가다 어느 피아노 상점 앞에서 발을 멈췄다.
발그스름한 색깔의 반짝이는 그랜드 피아노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그 상점 안에 들어가 예쁜 피아노 건반 위에 손을 얹고 피아노를 쳐 보니 소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때라 기분도 좋아서 아들프 아담이 작곡한 ‘오 홀리 나잇(O Holy Night)’을 끝까지 치고 나니 갑자기 박수소리가 크게 났다.
깜짝 놀라 뒤 돌아다 보니 피아노 소리를 듣고 발길을 멈춘 20여명의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 속에서 기분 좋은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피아노 음악소리가 사람들 마음속에 스며들어 행복해 하는 것을 보니 오히려 내가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비록 짧은 순간의 만남이었지만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음악 속에서 따뜻하고도 즐거운 크리스마스의 아늑한 감정을 한 순간에 함께 느끼며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좋은 경험을 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얼굴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운전을 하다보면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고 밀릴 때에 옆 골목에서 끼어들려고 하는 차가 있을 때 누군가 한 사람이 양보해 주면 서로 도와주는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그것을 뒤차에서 보고 자기도 그토록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양보하게 된다. 이렇듯 서로서로 양보하는 것은 보기에도 아름답고 무언 중에 많은 사람들을 가르치게 된다.
크리스마스의 정신, 사랑으로 남을 돕고 서로 나누며 양보해 주는 그 정신이야 말로 참으로 크리스마스에 우리가 기억할 모습일 것이다. 또한 1년 내내 수고한 우체부, 청소부 등 우리 주변 사람들을 기억하고 조그마한 마음을 표시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올해 크리스마스도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추억이 많이 남는 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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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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