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은 평범하지 않다. 불에 녹아버려 뭉그러진 손톱과 1970년대 한국 의학 수준에서 진행된 피부이식으로 언뜻 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자세히 보면 징그럽다. 다행히 너무 어릴 때 일이라 나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피부이식 후 매년 자라나는 손가락에 맞춰 이식부위를 잘라주는 수술을 대학교 때까지 해왔다. 머리에도 화상으로 인한 상처가 있어서 매년 조금씩 그 상처를 줄여주는 수술을 해왔다.
내가 일하던 병동에선 수술 전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환자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 내 손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네 마음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수술로 인해 지금 여러모로 불안하고 힘든 건 조금 이해할 수 있어. 나도 매년 했던 수술이지만 할 때마다 힘들었거든”라고. 내 피부이식상처와 녹아버린 손가락을 본 환자들은 누그러진 눈으로 마음을 열고 자신들의 불안감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 나는 영어를 이상하게하고, 발음이 이상한 외국 간호사가 아니라 그들과 같은, 한 때는 병원에 누워있던 동지가 되었다.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많은 경험이 다른 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이를 이해하는 능력인 공감은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고 변화를 끌어낸다. 한국의 경우 공감이 전혀 안 되는 리더가 있어서인지 ‘공감’은 지금 여기저기서 찾는 인기 검색어가 되어있다. 공감을 못 하는 사람이 리더일 때 그 답답함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지금 미국엔 힐러리와 트럼프가 있다. 누굴 뽑아야 하나?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을 우리가 존경하는 이유는 그들이 민심을 읽었기 때문이다. 백성의 고통을 알았고 그 고통을 해결해주기 위해 일했기에 우리는 그들을 존경한다. 공감이다. 공감의 능력은 정치가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다. 말하는 일부가 아닌 말을 안 하는 다른 다수의 마음도 읽을 수 있는 공감의 능력. 공감의 관전에서 이 두 후보를 본다.
누가 삶의 고통 안에서 공감을 더 키워왔을까? 그래서 누가 가정의 문제를 공감할 수 있을까? 일해야 하기에 아파 열나는 아이를 보모에게 맡기고 일해야 하는 엄마의 마음을 누가 더 공감할까? 언제 해고당할지 몰라서 아니면 갑자기 해고당해서 절망에 빠진 가장을 누가 더 이해할까?
그래서 이번에는 반드시 투표를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나를 공감해 주는 후보나 나와 공감을 할 수 있는 후보를 찾아 투표해야 한다. 툭하면 ‘해고’라고 하면서 그걸 즐기고, 맘에 안 들면‘가정부’라고 손가락질하는 공감 능력이 없는 그 손가락이 내 가족과 아이들에게 아시아인이니 ‘너 나라로 돌아가’ 라고 안 한다는 보장이 있는가? 한 번 더 생각하자. 그저 정당의 색깔로 후보를 찍으면 안 될 것 같다.
샌디훅 총기사고 이후에 나는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줄 때마다 진심으로 ‘사랑한다.’ 말을 하고 뒤돌아서서 항상 기도했다. 그 마음을 누가 이해해주고 그런 일이 일어나질 않도록 진심으로 일해 줄까? 바쁘다고 권리를 포기하면 안 된다. 미국의 미래가 우리 손에 달려있다. 당장 세금 혜택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말고 길게 진심이 있는 후보자를 찾아 응원하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