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신사의 나라”라고 내 머리에 주입되었던 미국, 그리고 지난 45년 동안의 이민생활에 그 이미지를 실감하고 살고 있는 “내 나라 미국”를을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있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변화를 기대하는 유권자들이 정치적 경험이 전혀 없는 속칭 유명인사 사업가를 지지한데서 비롯된 움직임이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그를 정당 대표후보자로 만들었다. 프라이머리 과정에서부터 그의 무분별하고 무지하며 무책임한 언행들은 쉬지 않고 쏟아져왔다.
특히 여성을 멸시하며 장애인을 조롱하고 새 이민자와 타민족을 비하하며 타 종교인을 차별하는 그의 언행을 듣고도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것은 대단히 놀랍고도 염려스럽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후보자가 탄생했다는 사실이고, 이것이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오래 전부터 여성평등을 주장해 온 미국에서 이제야 여성 대통령 후보가 일어난 것이 아이러니컬하다.
1995년 베이징에서 있었던 4차 유엔세계여성모임에 영부인으로 참석했던 힐러리 여사는 인간의 권리는 여성의 권리이며 여성의 권리는 인간의 권리이다(“Human rights are women’s rights and women’s rights are human rights.)”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고, 이는 매년 열리는 유엔주재 여성평등위원회에서 슬로건처럼 쓰고 있는 말이다.
힐러리 여사 어머니 도로시 여사의 이야기는 무척 감동적이다. 5년 전 작고한 도로시 여사는 16살의 미혼모에게 태어나 다섯 살 때에 두 살짜리 동생과 단둘이 시카고에서 LA로 가는 기차에 태워져 조부모에게 보내졌다. 엄격하고 무서운 체벌로 양육했던 조부모 밑에서 자라나 14살 되던 해에 독립하여 가사도우미로 살며 꿈을 키워갔던 도로시 여사는 결혼하여 이남일녀를 두었고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교훈삼아 사랑으로 자녀교육에 혼신을 쏟았다.
도로시 여사는 감리교 창시자 요한웨슬레 목사의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으로, 당신이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곳을 찾아, 할 수 있는 모든 때를 찾아, 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당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선을 행하라.>는 말씀을 자녀들에게 가르쳤고, 그런 가르침을 받은 힐러리 여사는 변호사가 되어 돈과 명예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다고 불우한 환경의 어린이와 청소년과 여성을 위한 선한 싸움을 하였다.
주지사 부인과 영부인 시절에도 이 선한 싸움을 게을리 하지 않고 교인으로서 신앙을 행동으로 옮기는 모범을 보이고 있으니 용감한 어머니의 용감한 딸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전 세계가 성차별 퇴치를 위해 무척 애를 쓰고 있지만,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상상치 못할 성차별과 성폭력이 빈번히 자행되고 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 후보는 공공연히 성차별, 장애인차별, 이민자와 타민족 차별, 종교차별의 언행을 일삼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트럼프 후보의 언행을 비난하는 양심 있는 공화당 지도자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고, 탈당까지 하는 용감한 지도자들도 있어 약간의 안도의 숨을 쉬게 한다.
<
김성실 연합감리교회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