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도널드서 장시간 보내다 눈치받기 일쑤
▶ 편하게 모일 수 있는 사랑방 공간 아쉬워
시카고지역에서 매일 오전, 가장 많은 한인노인들이 모이는 ‘맥다방’으로 알려진 나일스골프밀샤핑센터 푸드코트내 맥도널드.
새로운 기대를 품은 새해가 시작됐지만 신년의 새로운 희망이 멀게만 느껴지는 한인 노인들이 적지 않다. 한인 이민사회도 고령화시대가 확연해지면서 시카고지역에도 노인들은 크게 늘고 있지만 이들이 여가를 찾고 노년의 보람을 찾을 만한 갈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뉴욕 한인타운이 위치한 퀸즈 플러싱의 한 맥도널드 매장에서는 한인 노인들이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다. 당시 목격자에 따르면, 한인 노인 6명은 맥도널드 매장에서 20분 이상 담소를 나누다 출동한 경찰에 의해 매장 밖으로 강제로 쫓겨났다는 것이다. 맥도널드측은 “새벽 5시쯤부터 노인들이 코너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수차례 자리를 비워줄 것을 요구했으나 장시간 테이블을 차지하는 바람에 메뉴를 시킨 다른 손님이 자리가 없다며 항의해 어쩔 수 없이 경찰을 불렀다”고 해명했다. 규모가 작은 이 매장은 ‘매장내 테이블에 20분 이상 머무를 수 없다’는 안내문구까지 붙여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인노인들은 맥도널드 같은 장소가 갈 곳 없는 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며 손님을 쫓아낸 행태는 너무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시카고지역에도 소위 ‘맥다방’이라는 명칭으로 오래전부터 한인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오고 있는 맥도널드 매장이 몇군데 있다. 로렌스와 플라스키길, 포스터와 케지길, 피터슨과 케지길 등 시카고시내 3곳과 나일스 골프밀샤핑센터내 푸드코트, 골프와 센트럴길 중간 밀워키길 선상 등 서버브지역 2곳이 그 곳으로, 이들 매장에서는 오전과 저녁시간대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한인노인을 거의 매일 볼 수 있다.
‘맥다방’에 자주 들른다는 70대 이모씨는 “매일 아침 따로 약속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모여 커피한잔을 하며 담소를 나누는 장소로 이미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인뿐 아니라 다양한 인종의 노인들이 많이 모이다 보니 장시간 앉아 있으면 눈치를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맥도널드 빈컵을 들고 와 리필을 요구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면서 “뉴욕같은 불상사없이 오랜동안 모임장소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매장의 입장도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 전문가들은 ‘갈 곳 없는 노인’들을 위해서라도 이들의 눈높이를 맞춘 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강좌 개설이나 무료 식사 대접과 같은 프로그램의 운영도 중요하지만, 이를 원치 않는 노인들의 숫자도 상당한 만큼 이들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여러 복지단체들이 봉사활동과 같은 소일거리를 부여해 노인들에게 능동적인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디가면 공짜로 밥을 준다고 하는데 고맙긴 하지만 밥보다는 노인이 아닌 사람으로서 대접받을 수 있는 곳이 더 필요하다”는 어느 노인의 말처럼,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사회에서 쓰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아감’을 세워주길 원하는 노인들이 많다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장지희•함지하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