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난·외로움에 손댔다 가정파탄까지, 청소년 전유물이던 약물 중년층 확산 추세
▶ 생명의 전화 등 상담 한인 사례 늘어
1980년대 이민 온 한인 김모(48)씨. 이민생활 20년 동안 열심히 일해 사업체를 일구고 화목한 가정도 꾸린 김씨는 최근 마약에 빠졌다. 생활이 안정되자 삶의 목표가 흔들렸고 호기심에 시작한 마약은 자꾸만 투약 강도가 세진 것. 결국 그의 사업체는 적자에 허덕이다 문을 닫았고 부인으로부터 이혼까지 당했다.
건축업 노동자인 이모(50)씨는 경제위기로 일자리가 불안정하자 도박에 손을 댄 경우. 무료함을 달래려 동료들과 가던 카지노 때문에 이젠 삶의 전부가 된 것. 이씨의 아내는 “남편이 한탕주의로 도박할 돈을 주지 않으면 폭력까지 행사한다”며 관련 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외로움과 경제적 난관을 겪은 한인 중년 중 약물과 도박 등 각종 중독증에 빠지는 이들이 늘고 있다.
클럽 문화와 파티에 빠진 일부 청소년과 젊은층의 전유물로여겨졌던 마약과 약물중독이 성공한 사업가 등 40대 이후 한인 중년층까지 노리며 한인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다.
특히 약물, 도박, 알콜 등 각종 중독문제에 직면한 중년들은 외부의 도움보다 자기합리화로 상황을 악화시켜 가족관계를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독증 상담 전문가에 따르면 한인 중년의 중독 유형은 도박, 알콜, 음란물, 마약 순이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월등히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우울증과 중독증 상담을 제공 중인 생명의 전화에는 지난 3개월 동안 28건의 중독증 상담사례가 신고됐다. 이중 26건은 남편의 중독증세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배우자 전화였다.
생명의 전화 박다윗 목사는 “마약· 도박으로 이혼 직전까지 가는 가정이 의외로 많다”면서 “중년의 중독증세는 배우자와 가족의 삶까지 파괴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전했다. 박 목사는 “이민사회에서 남성이 든든한 직장을 가질 수 없는 상황과 맞물려 도박이나 마약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 3개월 동안 중독증 회복센터에 접수된 각종 중독 상담전화는 50건으로 도박, 알콜, 음란물, 마약 순이었다. 이해왕 선교사는 “호기심으로 도박을 시작하면 돈을 딸 때마다 스릴을 느껴 더 빠져들게 된다”며 “중년 중 음란물에 중독된 경우가 늘었고 관대한 술문화로 알콜 중독은 흔한 사례”라고 말했다.
각종 중독증에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감정표현과 자기절제 능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상담심리학자 이순자 박사는 “도박이나 마약 중독은 힘든 일이나 외로운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라며 “당장 힘든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중독에 빠지지만 상황만 나빠진다. 외롭고 힘들수록 상담과 심리치료에 나서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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