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균에 대해 들어보았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라이’(Helicobacter pylori) 균으로 한국인에게는 대장균보다 더 유명(?)한 균이다. 국민의 70% 정도가 헬리코박터균을 가지고 있는데 이 균이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및 위암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은 이제 대부분의 독자들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선생님, 헬리코박터가 있어도 꼭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말을 들었는데 누구 말이 맞나요?”
나는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는지 물어본다. 그러면 “누가 그러더라” 또는 “인터넷에서 읽어 보았다”고 답한다.
그 누구라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인이 아닌 의사를 주치의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왜 외국인 의사들은 이러한 의견을 내는 것일까?
내과나 위장내과 교과서에는 분명히 “헬리코박터 세균은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및 위암의 주요 원인이라고 되어 있다. 또 이 세균을 가진 사람의 80%에서는 아무런 증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모든 위암이나 위궤양, 위염 환자에게서 헬리코박터 세균이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내과 교과서에도 “헬리코박터 세균을 가지고 있더라도 아무 위장증세가 없으면 이 세균을 치료할지 말지를 의사가 결정하고 계속 주의 깊게 관찰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과 달리 미국인들에게는 위암이 10등 안에도 들지 않는 비교적 드문 암이다.
그러므로 미국 의사들은 헬리코박터와 위암과의 관계가 우리 한국인이나 한국 의사 만큼 머리에 와 닿지 않는 것 같다(한국인들에게는 위암이 모든 암 중 발생률 1위의 암이다. 그렇기에 한국이 위암 수술 및 위암 치료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국가이다).
헬리코박터 세균을 치료하려면 보통 2가지 항생제(Amoxil, Biaxin 또는 Flagyl)와 PPI 계통의 위장약, 도합 3가지를 10~15일 먹어야 하는데, 비용도 만만찮을 뿐 아니라 부작용으로 소화불량, 설사, 구역질 등 여러 가지가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위암이 흔치 않은 미국 의사들은 우연히 헬리코박터 세균을 발견하더라도 환자가 아무 증세가 없다면 즉시 치료하기보다는 관찰하는 쪽을 선택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필자의 의견은 이렇다. 한국인들은 위암이 세계 제일로 많은 국민들이다. 또한 WHO(세계보건기구)가 헬리코박터 세균은 명백한 위암 발생 요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한국인들은 비록 아무 위장 증세가 없는 사람에게서 우연히 헬리코박터균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미리 치료할 것을 권고한다.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및 위암의 발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는데, 그 비용과 약간의 부작용은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한국인 의사들의 생각이다.
문의 (213)480-7770
차민영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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