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노광길 이사장(왼쪽)과 유재승 행장이 지난달 30일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금융과의 인수계약 연장을 발표하고 있다.
계약 연말까지 연장하되
독자생존 가능성도 모색
한미은행의 지주사인 한미 파이낸셜(이하 한미)이 지난 5월 25일 한국 우리금융지주(이하 우리금융)와 체결한 2억1,000만달러 규모의 은행 인수계약이 무산될 것에 대비, 추가 증자를 위한 투자자 모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은행 유재승 행장과 노광길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금융지주와의 계약기간을 오는 12월31일까지로 2차 연장하고 양 측이 계약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했다”고 전제하면서도 “우리금융과의 인수 무산에 대비, 투자자 모집을 통한 증자 등 한미의 독자생존을 위한 대처 계획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광길 이사장은 이어 “현재 주류 투자그룹 등 여러 투자자들이 한미에 대한 투자 의향을 표시, 협상 중에 있다”며 “만약 우리금융과의 투자가 무산돼 독자적인 추가 증자를 하더라도 증자가는 지난 7월 종료된 1억2,000만달러 증자의 증자가인 주당 1.20달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측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우리금융의 한미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하고 양측이 무산에 대비한 법적 보호조항을 다수 포함시킨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 날 한미가 밝힌 인수계약 수정내용은 ▲한미와 우리금융이 지난 5월25일 체결했으나 지난 11월15일로 만료된 인수계약의 유효기간을 오는 12월31일까지로 2차 연장하고 ▲한미가 향후 주당 1.20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 우리금융의 지분이 당초 계약에서 명시했던 과반수 대신 40% 이하로 감소할 경우, 한미와 우리금융이 최고 1,050만달러에 달하는 위약금을 지불하지 않고 자유롭게 계약을 상호 해약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미 ‘인수계약 연장’발표 숨은 뜻은
’우리금융과 결별 수순’ 관측
감독기관인 FRB에
승인보류 신청까지 해
인수무산 대비한 흔적
한미은행의 지주사인 한미 파이낸셜(이하 한미)이 지난달 30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자청하며 우리금융지주(이하 우리금융)와의 인수계약 연장 사실을 공표했으나 실제로는 우리금융과의 결별수순을 밟고 있지 않느냐는 해석을 낳게 하고 있다.
이같은 해석은 ▲우리금융의 한미 인수가 감독국 승인 지연으로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미 측이 이날 공개한 인수계약 수정내용이 인수 무산에 대비한 양측의 법적 책임을 상호 면제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으며 ▲우리금융이 미국 측 감독기관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한미은행 인수에 대한 승인 보류신청까지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이날 처음 공개된 우리금융의 승인 보류 신청은 극히 예외적인 것이어서 더욱 충격적인데 한미 측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우리은행이 미국 현지법인으로 운영하고 있는 우리아메리카은행의 손실과 부실규모가 올해 들어 급증하면서 FRB가 강도 높은 감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아메리카가 공개한 실적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의 누계 손실 규모가 무려 2,204만달러에 달해 미국 내 한인은행 중 한미의 같은 기간 8,893만달러 손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와 관련, 한인은행 관계자들은 “FRB는 우리금융이 소유하고 이는 우리아메리카은행이 사실상 부실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금융의 한미은행 인수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금융이 FRB에 승인신청 보류를 요청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FRB는 우리아메리카에 대한 감사가 끝나고 우리아메리카가 운영 정상화를 위한 납득할 만한 계획을 제출할 때까지 우리금융에 대한 한미 인수 승인을 보류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FRB의 승인 지연은 한국 감독당국에도 영향을 미쳐 한미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감독당국은 FRB가 우리금융의 한미 인수에 대한 심사를 재개하는 것은 물론, FRB가 승인을 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 않는 한 한국 측 승인 역시 보류될 것”이라고 시인했다.
결국 우리금융의 한미은행 인수는 막판에 ‘우리아메리카’라는 또 다른 암초를 만나 장기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미은행 측은 그러나 지난 7월 완료한 1억2,000만달러 증자에 힘입어 한미은행이 감독국이 요구하는 최상의 자본비율(well-capitalized) 기준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금융과의 인수계약이 무산되더라도 시간을 두고 제3의 대체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의 반응이다. 가장 큰 문제는 92센트까지 추락한 주가가 추가로 추락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현재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잠재적 투자자들까지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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