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돈을 주고 기어이 먹어야 할까?” 싶은 식품들이 몇 가지 있다. 맛은 좋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먹는 데 그런 큰돈을 쓰면 죄스러울 것 같은 식품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금 제철을 만난 송이다. 송이는 허준의 동의보감에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고 매우 향기로우며 … 버섯 가운데 제일”이라고 기록될 정도로 우리 민족에게는 귀한 식품으로 전해져 내려왔다.
귀하니 값이 비싸고 비싸니 더욱 귀하게 여겨지는 법인데, 지난 추석 한국에서는 A급 송이가 kg당 100만원까지 했다고 한다. 올여름 비가 적게 와서 송이 량이 줄면서 가격이 껑충 뛰어오른 탓이다. 통통한 송이 한개에 10만원 정도라니 비싸도 너무 비싸다.
한국보다는 덜 하지만 미국에서도 송이는 비싼 식품이다. 현재 남가주 한인 수퍼마켓들에서 판매되는 송이는 파운드 당 40-50 달러 선. 그 비싼 송이가 심심찮게 팔리는 것은 한인들의 의식 깊이 박힌 송이 사랑 덕분이다. 지난 추석 아씨마켓은 2kg짜리 송이선물세트를 99달러에 내놓았는데 준비된 30 - 40 케이스가 단시간에 매진되었다.
그래도 “송이 좋아하기로는 일본 사람들을 못 따른다”고 아씨마켓의 구매담당 스티브 김씨는 말한다. 며칠 전 그가 어바인의 한 고급 일본식당에 갔을 때였다. 애피타이저로 미나리와 송이 요리가 나왔는데 송이라야 실같이 가느다란 것 서너 개 들어있었다.
“옆의 일본 손님들이 ‘마스다케(송이), 마스다케!”하면서 껌벅 죽는 거예요. 한인들 수준으로 보면 이걸 송이라고 넣었나 싶을 정도 였어요”
일본인들이 송이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를 그는 10여년 전 가디나의 일본 마켓에서 근무할 때 알았다고 한다. 평소 씀씀이가 작은 일본인들이 두 가지에 대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바로 송이와 참치였다. 당시 파운드에 90달러 하는 송이, 60달러 하는 참치를 척척 사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그는 말했다.
실제로 송이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한국에서건 미국에서건 최상품 송이는 일본으로 수출된다.
미국에서 송이가 가장 많이 나는 지역은 오리건. 남가주 한인 수퍼마켓들에 나와 있는 송이 역시 오리건 산이다. 송이 시즌이면 오리건 국유림에는 1,000명 정도가 아예 캠핑을 하며 송이를 딴다. 주로 베트남계와 캄보디아계가 채취를 도맡아 하다가 최근 멕시코계가 끼어들었다. 일거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송이채취 만한 벌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낮에는 송이를 따고 저녁이면 내려와 송이를 파는 데 국유림 입구에는 일본 중개상이 전대를 차고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현지 가격은 파운드 당 28달러 선. 한인들도 가서 따면 좋지 않을까 싶지만 “잘못 발 들여놓다가는 총 맞는다”는 게 인근 한인들의 귀띔이다.
버섯이 곧 돈이다 보니 남의 버섯을 강탈하는 사건들이 발생, 저마다 총을 소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매년 송이 철이면 추락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하는 데, 그게 단순한 추락이 아니라 송이를 둘러싼 암투일 것으로 지역 주민들은 보고 있다. 이쯤 되면 ‘송이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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