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개월 새 4분의1로 폭락…예산 조달에 어려움
국가 수입 90%를 원유에 의존
치안인력 대폭 충원으로 부담 가중
미정부 적자 해소에도 부정적 영향
<바그다드> 국민들을 위한 기본 서비스와 파괴된 인프라를 개선할 수 있는 안정된 분위기가 이라크 내에서 잡혀가고 있는 가운데 국제 금융 위기로 원유 수입과 미국의 재정적 지원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라크 정부가 최근 수십만에 달하는 보안 병력들의 봉급과 장비 뿐 아니라 최근 인상한 공무원들 봉급을 감당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프로제트들의 연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여름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이라크에 현금이 넘쳐 날 때 미국 내 많은 인사들은 이처럼 돈 많은 나라는 자신들의 재건비용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며 미국 납세자들에게 돈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었다.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전적으로 원유에 의존하는 이라크 정부 수입의 감소가 미국의 재산과 생명으로 어렵게 얻은 이라크의 안전과 안정을 위협하게 될 것인가가 문제인 상황이 됐다. 실제로 더 많은 이라크 인들이 개선된 전기 공급, 식수 , 교육 같은 서비스를 요구하면서 정치적 압력이 높아가고 있다.
안정된 이라크 경제와 적절하게 준비된 이라크 군은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대로 2010년 8월까지 미군의 철군이 이뤄지는데 결정적인 요소들이다. 두 나라는 아주 긴밀하게 얽혀 있어 이라크 경제가 휘청댈 경우 철군을 통한 수십억 달러의 예산 절감으로 적자를 낮춰보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라크 의회가 지난 주 628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안을 심의하는 가운데 미국과 이라크의 고위 관리들은 이라크가 긴급 자금을 인출해 위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을 밝혔다. 이 자금은 이라크 원유로 벌어들여 현재 뉴욕 연방은행 등 미국 내 은행들에 분산 예치돼 있는 350억달러 정도의 자금이다.
예산 부족을 메우기 위해 이라크는 한 해 동안 약 200억 달러를 인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부 관리들은 심각할 정도로 부실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이 돈만으로는 어림없다고 말했다. 전기 공급은 수요에 턱없이 부족하고 정부는 깨끗한 물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 관리들은 원유 외에 농업과 공업부문에서 수입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개발하는 데는 새로운 투자가 필요하다.
원유가격이 오르거나 이라크가 새로운 수입원을 만들어 못하는 한 저금통의 돈은 머지않아 바닥나게 될 것이다. 이라크 의회 재정위원인 이스마엘 슈키르 하루티는 “이것은 재난”이라며 “2009년과 2010년, 그리고 2011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하락하는 유가와 연관된 재정 위기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현재보다 더 나쁜 상황에 찾아 올 수는 없다. 정부는 지난해 공무원들의 봉급을 상당 폭 인상시켜 줬다. 공무원 봉급은 이라크 정부예산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이 이라크 안정화 책임을 점차 줄여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라크 정부는 군인과 경찰 등 보안 인력을 대폭 늘려왔다. 이 숫자는 2년 전 25만 명에서 현재는 60만9,000 명으로 폭증했다. “군과 경찰에게 봉급을 지급하고 이것이 잘 시행되도록 하는 일과 같은 대단히 중요한 일부 지출이 있다”고 워싱턴에 소재한 ‘전략 및 국제 연구 센터’의 재건 프로젝트 공동디렉터인 릭 바튼은 강조했다. 그는 “이런 시기에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런 가운데 미국의 한 고위관리는 미국은 이라크가 축적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 흐름으로 볼 때 이라크가 당초 기대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곳에서 위기의 뿌리를 규명하는 것은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단순한 일이다. 이라크에는 말라 붙을 크레딧 시장도 없고 연체를 초래할 모기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원유가 전체 수입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여름 배럴당 거의 150달러까지 육박했다가 지금 40달러 미만인 것처럼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 달리 수입을 만들 여지가 없다.
이라크의 재정 및 석유부 관계자는 금년 말 원유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수년간의 긴축 예산을 거쳐 현재의 예산은 원유가 배럴당 50달러 선에 팔리고 수출량도 지난 1월보다 하루 10만 배럴 이상 더 늘어난 하루 200만 배럴로 늘어 날 것이라는 전망에 의거해 작성된 것이다.
예산안 비판자들은 이 전망이 비현실적으로 장밋빛이며 적자는 계획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또 지난 1월 지방의회 선거에서 새로이 등장한 지도자들에게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다. 이들은 현직 의원들이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이제 이들은 더 적은 예산으로 공약을 수행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합리적인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남부 이라크 다와니야 주에서 당선된 바퀴르 알-살란은 우려했다. 그는 관개시스템 개선과 주택 건설, 실업 청년들을 위한 정부 일자리 등을 공약했었다. “사람들은 ‘지금까지는 안정을 이유로 서비스 부실을 정당화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정이 됐다’고들 말할 것이다”고 알 -살란은 말했다.
밝은 측면도 있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이라크 정부는 농업과 공업 부문을 강화해 가고 민간 부문을 만들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이라크 관리들은 지난 수년간 이것을 강력이 주장해 왔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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