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 풀어야 할 의문점
미국은 물론 한국사회에 엄청난 충격을던진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에 대한 미국 수사당국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번 사건의 윤곽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상식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적지 않고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범인이 사망함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 수사당국을 면담한 주미대사관 관계자는 벌써부터 일부 대목은 영구미제의 미스터리로 남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 조승희의 진짜 범행동기는 무엇인가 = 미 수사당국은 조씨의 1차 범행동기를여자친구 문제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목격자들에 의하면 조씨가 1주일 전 독일어시간에 여자친구와 다퉈 독일어 교수로부터 꾸지람을 들었고, 16일 여자친구 기숙사 방에서도 이성문제로 다퉜다는 것.
하지만 치정사건의 경우 당사자만 죽음에 이르는 비극으로 막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으로 미뤄볼 때 조씨가 30명이나 추가 사살했다는 것은 단순히 치정문제라고 보기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첫번째 총격 사건과 두번째 총격 사건의 연관성 = 제일 처음 기숙사에서 두 명이 숨지는 총격사건이 발생한 것은 오전 7시15분. 이후 두번째 사건은 10시15분께발생한 것으로 파악돼 최대 3시간의 시간차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당초 이번 사건이 별개의 사건이거나 범인이 2명 이상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던 것.
미국측 수사담당자를 면담했던 워싱턴 주재 한국총영사관의 최승현 영사는 수사당국은 두 사건이 모두 동일인의 소행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조씨가 기숙사에서 여자친구와 사감을 사살한 뒤 2-3시간 후 외투를 입고 권총 2자루로 무장하고 노리스홀에서 30명을 사살하고 자신의 목숨도 끊었다는 것.
두 사건이 모두 조씨의 소행이라고 인정하더라도 왜 조씨가 2-3시간의 시간차를두고 범행을 저질렀는 지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씨와 에밀리의 관계는 = 수사 초기 언론보도내용에 따르면 기숙사에서 사망한 1학년생인 에밀리 제인 힐스처가 조씨의 여자친구이거나 옛 여자친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에밀리가 조씨의 여자친구가 아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에밀리의 절친한 친구들이 에밀리와 조승희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씨는 이 대학 4학년생이고, 에밀리는 1학년. 두 사람은 전공도 달랐다. 뿐만아니라 소극적, 폐쇄적인 성격의 조씨가 백인 여자친구를 사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
일각에선 기숙사 방을 2-3명이 공동사용한다는 점을 들어 조씨가 에밀리를 자신의 여자친구로 오인, 사살한 뒤 자신의 진짜 여자친구를 찾기 위해 노리스홀로 가서무차별 난사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씨의 여자친구도 이번 사건에서 희생됐다면 기숙사에서 숨진 에밀리보다 노리스홀에서 숨진 누군가 일 수 있다는 것.
당초 조씨가 1차 범행 후 자신의 기숙사 방에 돌아가 너 때문에 이 일을 저질렀다는 메모를 남긴 것으로 보도되고, 경찰이 ‘치정’에 의한 범행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힐스처가 범행 동기와 관련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었다.
◇버지니아공대 대응 왜 늦었나 = 1차 총격사건이 발생한 후 버지니아 공대가 적극 사건수습에 나서지 않아 2차 총격사건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오전 7시15분께 처음으로 총격사건이 발생했음에도 학교측은 수업을 중지시키지않은 채 이메일 등을 통해 사건발생 사실만을 알리고 수업지속 여부는 교수에게 일임토록 안이하게 대응함으로써 2차 총격사건이라는 엄청난 재앙을 방조한 셈이 됐다는 것.
물론 학교와 경찰측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1차 총격전을 단순한 살인사건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수업을 중단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조씨가 2차범행에 나설 때까지 무슨 대책을 강구했는 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기타 = 그 뿐만 아니라 조씨의 일부 글에서 드러나고 있는 폭력성 또는 정신이상문제가 이번 사건과 얼마나 연관이 있는 지, 조씨가 졸업을 한달여 남겨놓고 왜범행을 저질렀는 지, 조씨가 언제부터 범행을 계획했는 지 등도 속시원히 규명돼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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