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녹여 쟁기 만든다고?
냉전종식뒤 동북아국방비 되레 증가
무기를 녹여 쟁기를 만든다. 옛소련 해체(91년말) 등 사회주의 형제국들의 도미노 붕괴 즈음, 평화애호가들은 이 성경구절을 되뇌이며 태평성대의 도래를 노래하고 염원했다. 그러나 새천년 7번째 해를 맞은 지금까지도 현실은 딴판이다. 걸프전 소말리아전 유고내전 아프간전 이라크전 등 살육의 포성은 쉼없이 이어졌다. 동북아라고 예외가 아니다. 북핵문제 이외에도 한일-한중-중일이 얽힌 역사분쟁이 한창이고 중국과 대만 사이에도 영일이 없다.
특히, 무기를 녹여 쟁기를 만들기는커녕 동북아각국 국방비가 엄청 치솟았다. 지난 5일 저녁 UC버클리 한국학센터(소장 클레어 유 박사)서 열린 한국학세미나 발제자 KDI 국제정책대학원 박헌주 부교수(사진)가 세계군사비 및 무기거래(WMEAT) 연례보고서 등 관련자료를 취합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세계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동북아의 비중이 1989년 10%에서 1999년 21%로 2배 이상 뛰었다. 이 기간동안 한국의 국방비는 25%, 일본은 20%, 대만은 85% 늘어난 반면 지구촌 골칫덩이로 찍힌 북한은 오히려 11% 감소했다.
경제볼륨이 미약해 비중만 높고 총액은 낮았던 북한의 국방비 비중이 떨어졌다는 건 북한 경제사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 이외에도 북한위협론이 과장됐을 가능성을 암시해주는 단서로 이해된다. 이는 또 북한이 핵무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지렛대가 되기도 한다. 핀치에 몰린 북한이 살아남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최악의 경우 너죽고 나죽는 물리력(핵무기) 확보에 있고, 비용면에서도 100만대군 재무장보다 핵무기 개발이 훨씬 값싼 까닭이다.
미국에 이은 세계2위 국방대국 중국의 국방비 전모는 당국의 은폐 등으로 여전히 베일에 가려졌으나 공식발표만 하더라도 90년대 중반부터 05년(300억달러)까지 2배가량 뛴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WMEAT는 중국 국방비가 99년에 이미 890억달러라고 추정해 큰 차이를 보였다.
박 교수는 그 이유를 미국과 소련이 자기진영의 안보를 책임지는 큰형님 역할을 했던 냉전시기와 달리 새 국제질서가 확립되지 않은 지금, 각국이 자체적으로 국방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남북문제를 포함한 제반문제를 대화의 틀 속에서 풀어나가는 것만이 비극을 막는 첩경이라고 강조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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