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도 경력도 속고 속이는 사람들이 판치는 요지경 세상. 그러나 윤준철 사범(7단, 산호세 에버그린칼리지)은 당당하게 말한다. “저, (서울에 있는) 성동상업 전수학교 나왔습니다.” 심진섭 사범(6단, 헤이워드 샤봇칼리지)도 어찌 보면 고약한(?) 무인풍인 자신의 용모를 빗대어 스스로 “서울 어디 식당에 가면 저 비슷한 얼굴 (수배자 명단에) 많이 붙어있지요”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누구나 숨길 것 같은 약점 아닌 약점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는 자신감의 근원은 대한민국 특산품 제1호 태권도-. 태권도 의형제 윤 사범과 심 사범에게 또 기분좋은 일이 생겼다.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스페인 발렌시아서 열리는 제9회 세계대학태권도 선수권대회에서 미국대표팀을 지도하게 된 것. 미대학태권도연맹은 최근 이 대회에 출전할 팀USA 선수단을 구성하면서 아이오와주립대 박용진 사범을 단장으로, 윤-심 사범을 코치로 발탁했다.
선수중에는 북가주 한인의 딸이자 MIT를 졸업한 재원 크리스티나 박 선수(봉사단체 작은나눔 박희달 회장의 외동딸)를 비롯해 3명의 코리안이 끼어있다. 박 선수는 02대회 은메달을 아쉬움을 씻어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1980년대 대한민국 태권도시범단 배턴을 이어받으며 태권코리아의 위용을 떨쳤던 윤 사범과 심 사범은 태권도 뉴파워 미국선수들에게 필승전략과 전술을 전수하게 된다. 92년 태권이민을 결행한 뒤 30년 태권연마 못지않게 힘든 공부와의 싸움끝에 스포츠매니지먼트 박사학위까지 따낸 윤 사범이 2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서 미국팀을 이끌게 된 것은 02년(미국 우승)에 이어 2번째다. 브라질 축구선수들이 월드컵 우승보다 브라질대표팀 선발이 더 어렵다고 하듯, 세계대회 우승보다 전국체전 우승이 더 어렵다고 얘기하는 한국에서 숱한 체전메달을 차지했던 심 사범은 이민 15년만에 자신에게 찾아온 이 기회에 태권사나이의 혼과 기술을 모두 쏟아부을 각오에 차 있다.
그런데 한국선수와 미국선수가 맞붙게 될 때 기분은 어떨까. 그런 경험을 많이 갖고 있는 윤 사범은 어쩔 수 없는 코리안임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쪽도 우리, 저쪽도 우리, 그럴 때 참 묘하지요. 그래서 마음의 반은 저쪽에 마음에 반은 이쪽에 두니 가슴을 더욱 졸이게 되고요.”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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