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 ‘흑진주’ 비제이 싱(피지)이 6년만에 ‘신(神)이 점지한다’는 마스터스 그린재킷 탈환에 푸른 신호등을 켰다.
싱은 7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7천445야드)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골프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없이 5개의 버디를 골라내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로코 미디에이트(미국.68타)를 1타차로 따돌리고 순위표 맨 윗줄에 자리 잡은 싱은 2000년에 이어 생애 두번째 마스터스 왕관을 향해 힘찬 첫 걸음을 내디뎠다.
‘유리알 그린’에 메이저대회 사상 두번째로 전장이 긴 코스로 거듭난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의 까다로운 코스 세팅에도 싱은 펄펄 날았다.
평균 301.5야드의 드라이브샷 정확도는 64%에 머물렀지만 페어웨이를 살짝 비켜가는 정도에 그쳐 대부분 쉽게 그린을 공략했다.
그린을 벗어난 것은 4개홀에 그쳐 77.8%의 높은 아이언샷 적중률을 뽐낸 싱은 약점으로 꼽히던 퍼팅도 홀당 1.5개꼴로 낮췄다.
특히 싱은 ‘이븐파도 치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후반 9홀에서 4개의 버디를 뽑아내며 32타를 때려 메이저대회에서 난생 처음 첫날 선두에 나설 수 있었다.
파만 해도 버디나 다름없다는 11번홀(파4.505야드)에서 티샷을 러프에 빠뜨리고도 5번 아이언으로 핀 3m 거리에 볼을 떨궈 버디를 잡아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싱이 남은 3일 동안 선두를 지켜내리라고는 장담이 어려운 처지.
보기없이 4개의 버디를 뽑아내 깜짝 2위에 올라선 미디에이트와 올해 AT&T페블비치에서 정상에 오른 ‘앙팡 테리블’ 애런 오버홀저(미국)가 3언더파 69타를 치며 2타차 3위로 추격한 것보다 메이저대회 때마다 단골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강호들의 동향이 심상찮다.
마스터스 직전 벨사우스클래식에서 4라운드 28언더파 260타라는 놀라운 스코어로 우승을 차지했던 필 미켈슨(미국)과 두차례 US오픈을 제패한 레티프 구센(남아공)은 2언더파 70타를 치며 공동4위에 포진했다.
마스터스에서 한번도 우승을 못한 한풀이에 나선 어니 엘스(남아공)도 1언더파 71타로 공동8위에 올랐다.
대회 2연패와 통산 5번째 그린재킷에 도전장을 낸 타이거 우즈(미국)는 이븐파 72타로 공동19위에 그쳐 다소 발걸음이 무거웠다.
240야드 짜리 파3홀인 4번홀에서 1타를 잃은 우즈는 8번홀(파5) 버디로 만회했지만 10번홀(파4)에서 보기가 나오는 등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우즈는 14번홀(파4)에서 163야드를 남기고 친 두번째샷이 그대로 홀에 꽂혀 단숨에 2타를 줄였지만 곧이어 15번홀(파5)에서 디봇에서 친 세번째샷이 물에 빠지는 바람에 더블보기로 홀아웃하며 웃고 울었다.
18번홀(파4)을 버디로 장식하며 72타로 경기를 마친 우즈는 작년 대회 때 첫날 74타를 치고도 우승을 차지했던 기억을 되살리면서 이만하면 만족한다. 샷이 잘 됐다고 말했다.
부쩍 어려워진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의 코스 세팅에 희생된 선수도 적지 않았다.
해마다 마스터스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최경주(36.나이키골프)도 롱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 버디 3개와 보기 7개를 묶어 4오버파 76타로 부진했다.
공동55위로 밀린 최경주는 4번째 출전만에 처음으로 컷오프 위기를 맞았다.
데이비드 듀발(미국)은 12오버파 84타를 쳤고 1998년 그린재킷을 입었던 마크 오메라(미국)도 10오버파 82타의 수모를 당했다.
태국인으로는 35년만에 마스터스 무대를 밟은 통차이 자이디 역시 6오버파 78타를 쳐 이틀 만에 짐을 싸야할 처지에 몰렸다.
이날 언더파 스코어를 낸 선수는 17명에 그쳤고 12명이 80대 타수로 무너졌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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